[소성현] 아이를 성장시키듯, 믿고 기다려주는 ‘엔젤 투자’

발행 2021년 09월 09일

조은혜기자 , ceh@apparelnews.co.kr

소성현의 ‘패션과 금융’

 

출처=게티이미지

 

마치 부모가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이, 스타트업에서도 일어난다. 투자를 집행했다면 이미 믿은 것이고, 그 이후에는 내 아이를 대하듯 좋은 환경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기다려야 한다.

 

지난 8월, 사업 초기에 투자해 8년을 함께한 기업의 지분 관계를 최종 정리하는 일이 있었다. 매각이라는 표현을 쓰기에도 어색한, 한 몸처럼 움직였던 기업이었다. 수익 측면에서 제법 좋은 성과가 나왔고, 화장품 업계에 들어온 나에게 항상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창업자와의 끈끈한 관계는 그대로였지만, 8년 동안의 좋은 일, 어려웠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는 며칠을 보냈다.

 

현재 초등학교 1학년인 둘째 아이가 태어나고, 1년이 안 되었을 시점에 폐렴 증세로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병원에서 투자를 결정하고 입금을 했다. 내 아이가 아기에서 초등학생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듯 그 기업의 성장을 함께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번 매각은 머리와 가슴에 더 꽂히는 지도 모르겠다.

 

이전 글에서도 사업 초기에 진행하는 엔젤 투자는 결국 버티고 변해서 성장하려는 자세를 지닌 사람만이 최종 목표에 이를 수 있다고 쓴 적이 있다. 창업자를 믿고 기다려주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했었다.

 

마치 부모가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이, 스타트업에서도 일어난다. 투자를 집행했다면 이미 믿은 것이고, 그 이후에는 내 아이를 대하듯 좋은 환경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경험이 적거나 장기적 시각을 갖지 못한 투자자들은 자신의 성공방정식을 강요한다.

 

기업의 대표는 생존을 위해 투자자보다 수십 배 더 고민하고, 스터디하면서 경쟁자들과 절실하게 싸운다. 그런데 경험이 적은 투자자 대부분은 경험을 나누는 방식이 아닌, 강요에 가까운 참견으로 경영판단을 방해한다. 그리고 네트워킹이라는 명분으로 투자회사 대표를 이리저리 불러내거나 미팅을 주선하며 시간 낭비를 시킨다. 모든 일과 마찬가지로, 에너지가 흩어지면 어떤 하나도 성공시키기가 쉽지 않다. 투자 기업의 대표가 어렵지 않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수준에서의 기다림이 중요하다.

 

가끔 반대의 경우도 있다. 기업의 대표가 투자자에게 너무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매번 받아주는 식인데, 이는 마치 아이가 도움을 요청한다고 해서 답안지를 줘버리는 꼴이다. 그게 반복되면 습관이 되고, 그 기업의 성장은 끝난다.

 

성장하는 기업의 창업자들과 얘기를 나누어보면, 대부분이 마지막 절박함의 끝에서 성공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반복하며 현재에 이르렀다고 말이다. 그것을 반복하면서 느낀 절박함을 통해 고통의 내성이 커지고, 이전보다 더 큰 고통이 오기 전까지는 흔들림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투자자 역시 마찬가지다. 창업자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상황을 조금은 냉정하게 지켜봐 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저 투자한 돈을 잃을까, 금이야 옥이야 케어를 한다면 스스로 성장하는 회사와 대표를 끝까지 볼 수 없게 된다. 결국엔 그 회사가 누구의 것인지도 헷갈리는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나는 수많은 투자 기업의 매각과 폐업 처리 속에서 느끼지 못했던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것은 분명 수익률보다 더 큰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흔히 책에서 얘기하는, 엔젤 투자가 아이를 키우는 것과 같다는 의미를 나의 둘째 아이 덕분에 더 크게 느낄 수 있었다. 투자자 입장에서 한 단계 성장하는 기회가 되었다.

 

이 칼럼을 통해 그 대표님에게 감사 인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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