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현] 거품 빠지는 투자 시장, 진짜 실력이 걸러진다

발행 2022년 09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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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성현의 ‘패션과 금융’

 

출처=게티이미지

 

바로 이전 칼럼에서 나는 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공격적인 투자 유치 후 스케일업을 하는 방식보다 매출과 이익이 나는 사업구조가 더 대우받는 시기가 왔다고 의견을 전했었다. 그런데 최근, 지난해 100억 이상을 투자 받은 신선식품 배달 플랫폼 기업이 대금 결제 연체로 고생하다, 전 직원에 권고사직을 통보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도대체 어떻게 운영을 해왔기에 큰 투자를 받고도 어처구니없이 무너지는 것인지 궁금할 정도다. 아마도 거품이 가득한 이전 시장에서 투자금으로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회원 수 늘리기에 집중했을 것이다.

 

첫 번째 구매 시 많은 혜택을 주며 새벽 배송까지 했으니 상당한 손해를 떠안았을 것이고, 손실금액은 회원 수가 늘어날수록 더 커졌을 것이 뻔하다. 하지만 그들은 가격 메리트와 부가적 혜택이 없으면 바로 다른 곳으로 떠날 회원들이었으며, 그들을 잡아둘 차별화된 제품이나 특별한 콘텐츠가 없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투자 실패 후 자금 문제로 무너지는 스타트업들이 연쇄적으로 나올 것이란 전망이 늘고 있다. 이는 투자 금액의 문제가 아니라, 사업을 키워온 방법의 문제다. 너무 흔하지 않은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좋아하는 지표를 만들어 비교적 쉽게 투자를 유치하다 보니, 고유의 콘텐츠 키우기에는 소홀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 3월 이후 급변한 시장 분위기 속에 투자자들의 심리까지 위축되면서 실리가 없는 플랫폼 데이터들은 전혀 투자자들에게 어필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필자는 최근 조금은 재미없어 보이더라도 사업의 근본적 목적인 매출이 발생하고, 그에 따른 적정 수준의 이익을 바탕으로 재투자가 이루어지는 선순환 구조의 기업들을 투자금의 크기에 상관없이 찾아보고 있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첫 번째, 매출과 이익을 꾸준히 내고 있는 회사는 투자 유치 후의 방향성이 명확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떤 결정을 하든 실패 확률이 낮다. 흔히 얘기하는 모 아니면 도의 전략을 세울 가능성도 낮고, 투자를 유치하더라도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자금 외에 추가 자금이 필요한 이유를 명확하게 제안할 것이다. 그리고 그 투자금이 어떻게 사용될 예정이고, 매출과 이익은 어떻게 증가할지 조금 더 가시성이 있다.

 

두 번째, 기업 간 제휴 관계를 맺음에 있어 상호 시너지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익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경영진의 판단의 폭을 넓히고 실행은 빠르되, 기다릴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뜻이어서, 기업 간에 긍정적 조율이 가능한 바탕이 된다.

 

지난 몇 년간 확고한 시장과 특별한 콘텐츠를 갖추지 않았음에도 투자 유치와 사업 확장을 반복하며 사업을 키워온 기업들이 지금, 자금이라는 ‘채’로 걸러지고 있다. 이 시기를 잘 넘기려면 그동안 해왔던 방식의 거품은 과감하게 버리고, 유연하게 대응하여 생존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일반적으로 초기 기업은 3~5년, 그리고 중소기업은 10년마다 이러한 시장 변화를 맞이하고, 경영자의 대응 능력에 따라 흥망성쇠가 결정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창간 30주년을 맞이한 어패럴뉴스는 두 번의 큰 시장 변화에 잘 대응해 왔고, 아마도 지금 세 번째 큰 변화 앞에 서 있을 것이다. 패션 전문지로, 최초라는 다수의 타이틀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시장 변화를 빠르게 읽고, 대응해 왔다는 뜻일 것이다. 다음 40주년을 맞이할 때 어떤 수식어가 붙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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