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2024년 0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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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길의 '마케팅 바이블'
모든 마케팅 액션에는 마케팅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전략적 방향성이 있어야 한다. 이 전략적 방향성에 따라 모든 전술들이 정해지니, 그 중요도는 상당하다. 우선 전략과 전술의 차이부터 이해해야 한다.
전략이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이 중요한지를 판단하고, 그 중요한 가치에 따라 마케팅 방향을 도출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집을 사려고 하는데 무엇이 중요하지?”를 고민할 때, “나는 아이를 낳고 잘 키우는 게 제일 중요해. 그러기 위해서는 친정과 가까워야 돼”라는 우선순위 판단을 하고, 그래서 전략적으로 ‘친정과 가까운 위치의 집’을 사는 것으로 전략 방향성을 정할 수 있다. 이후 친정과 가까운 매물 중에서 좀 더 교통이 편리하거나, 학원가가 잘 발달된 곳이거나 등의 후순위 요소를 살펴보며 집을 고를 수 있게 된다.
내가 만약 체력을 기르기 위해 수영을 배워왔는데 친정과 가까운 매물들은 수영장이 없다면, 수영이 아닌 다른 운동을 배우는 식으로 체력을 기르기 위한 전술을 바꿀 수 있다. 전략에 따라 전술을 조정해야 하는 것이다. 전략은 큰 그림, 전술은 큰 그림을 실천하는 행동 가능한 액션이라고 보면 쉽다.
다시 마케팅 얘기로 돌아가면, 해결해야 할 마케팅 문제에는 그 문제와 관련된 여러 상황과 조건이 형성되어 있을 것이다. 차를 많이 팔기 위해 타겟을 설득해야 하는데, 타겟에게 어떤 가치가 중요한지, 경쟁사의 전략은 무엇인지, 시장에서 우리 제품의 기능이나 가격은 어떤 수준인지 등 다양한 상황과 조건을 고려하여 무엇을 커뮤니케이션해야(what to say) 차를 많이 팔 수 있을지 우선순위를 꼽는 일이다. 그래서 컴 전략을 도출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정이 타겟/프로덕(제품)/마켓(시장) 관점에서 내외부 환경을 분석하는 과정이다.
실제 내가 참여했던 기아 전기차 ‘EV6’의 런칭 커뮤니케이션 사례를 통해 설명을 이어가 보겠다. 휘발유/경유의 내연차에서 전기차로 산업의 헤게모니가 변화하는 과정 속에서 ‘EV6’가 런칭을 앞두고 있었다. ‘EV6’는 후발주자였다. 테슬라가 이미 ‘모델3’로 전기차 시장을 선점한 상태였고 현대차가 ‘아이오닉5’를 한발 앞서 런칭하며 대중의 관심을 끈 뒤였다.
이에 후발주자로서 공략할만한 커뮤니케이션 포인트를 찾아보았고 대다수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를 ‘혁신/신기술/미래 라이프’라고 표현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후발주자가 이들과 똑같이 혁신/신기술을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은 마케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타겟을 공략할만한 다른 요소를 찾아보았고 그렇게 찾은 게 ‘충전’이었다. 국내는 이제 막 전기차 보급기라 전기차에 대한 경험, 정보 부족으로 막연한 심리적 장벽이 존재했다. 특히나 충전의 번거로움에 대한 불안이 꽤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서 이들이 원할 제품은 신기한 기술이나 눈에 띄는 디자인이 아니라, 이동 수단으로서의 본질적 능력이라고 판단했다.
그렇게 혁신/미래가 아니라, 충분한 충전 능력으로 이동의 가치를 강조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도출됐다. 이에 맞춰 ‘고객 일상에 영감을 주는 전기차’라는 컨셉의 광고를 노출했고, 전기차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해소해주는 체험형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또 전기차 상식을 알려주는 유튜브 콘텐츠를 집중 발행하는 등의 전술을 구사하며 런칭 커뮤니케이션을 전개했다.
마케팅 문제를 커뮤니케이션으로 해결해야 할 때, 가장 우선해서 공략해야 할 가치를 찾는 일이 바로 전략을 도출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