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찌라의 ‘기업 읽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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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라 |
현재는 많은 브랜드가 채택하는 SPA 방식의 시작에는 자라(ZARA)가 있다. 자라의 창업자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소비자 니즈를 빠르게 파악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품을 제공하는 데 집중했다. 처음 등장할 때는 명품 브랜드의 컬렉션을 베끼는 아류로 비난받기도 했지만, 자라의 모기업 인디텍스는 90년대부터 글로벌로 진출하여 패션업계 시가총액 및 매출 1위에 등극했다.
1986년 스페인 레온에서 태어난 아만시오 오르테가. 아버지는 가난한 철도 노동자였기 때문에, 13살을 끝으로 학업을 접어야 했다. 오르테가는 유명한 양품점 갈라(GALA)에서 심부름꾼으로 일하며 의류업계에 입문한다. 성실하게 일했던 오르테가는 더 큰 규모의 양품점으로 이직을 거듭하고 의류를 직접 제작하면서 17세에 점장에 오른다. 수요가 늘어나자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의 부녀자들을 묶어 봉제협동조합을 만들기도 했다.
15년간 옷 가게에서 젊음을 보낸 그는 1963년, 스물일곱의 나이로 퀄티드 드레스를 만드는 패션 브랜드를 런칭한다. 자신의 풀네임 Amancio Ortega Gaona의 약자를 거꾸로 나열한 ‘고아(GOA) 콘벡시오네스’. 아만시오가 파리 패션쇼에서 새로운 디자인을 보고 와서 디자인하면 여동생, 형수, 여자 친구가 옷을 만들고 형이 팔았다. 이때 아만시오는 제품에 유행을 빠르게 반영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이면 무조건 잘될 거라고 확신하고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한다.
1975년 라 코루냐라는 항구도시에 오픈한 가게 이름은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따온 ‘조르바(ZORBA)’였다. 그런데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조르바라는 술집이 있었다. 하는 수 없이 간판을 변경하면서 자라(ZARA)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스페인어로는 ‘사라’에 가깝게 읽는다.
유행을 빨리 반영하면서도 저렴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유통 과정을 줄여야 했다. 중개상 없이 최대한 직접 해야 가격도 내리고 시간도 줄일 수 있었다.
패스트패션을 다른 말로 SPA라고 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좀 다르다. SPA는 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우리말로는 자가 상표 부착 유통 방식으로 부르는데 하나의 브랜드가 기획부터 디자인, 생산, 유통까지 모두 수직계열화하여 직접 하는 것을 말한다. 패스트패션을 선보이기 위해 선택한 수단이 SPA 방식인 것이다. 스웨덴의 H&M, 일본의 유니클로가 대표적이다.
자라는 배송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중국이나 동남아 대신 소비시장에 근접한 멕시코, 터키, 모로코에 공장을 세우고 완제품을 비행기로 배송했다. 그 결과, 디자인에서 매장까지 걸리는 시간은 2주. 완제품이 48시간 내에 매장에 진열된다.
더 중요한 속도는 재고에 있다. 다른 브랜드가 시즌이 시작하기 몇 달 전 모든 제품을 준비하는 반면, 자라는 시즌이 시작되기 전 총 제품의 15%만 미리 제작한다. 나머지 85%는 시즌 동안 판매를 보면서 매주 2회씩 점진적으로 출시한다. 잘 팔리지 않는 트렌드는 가차 없이 사라지고, 수요가 높은 디자인은 더 많이 선보인다. 그 결과, 자라의 재고회전율은 30.33으로, 경쟁사인 H&M의 2.67에 비해 월등히 높다. 한 시즌 동안 재고가 30번 들어와서 모두 팔린다는 뜻이다. 필요한 만큼만 생산하는 JIT(Just in Time) 시스템으로 재고가 과하거나 부족하지 않도록 한다.
또, 모든 상품은 4주 이상 매장에 진열하지 않는다. 2011년 영국의 왕세자비 케이트 미들턴이 입은 자라의 미니 드레스가 이틀 만에 품절된 적이 있다. 전 세계 여성들이 구하려고 노력했지만 자라는 “품절된 제품은 더는 제작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마음에 드는 옷을 바로 구매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그러니까 지금 빨리 사라”는 거다.
자라는 패스트패션이라는 장르를 열었고, 1985년 지주회사 인디텍스를 설립하고 글로벌로 진출한다. 자라뿐만 아니라 마시모두띠, 오이쇼, 버쉬카, 자라홈, 풀앤베어 등 7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2016년 매출과 시가총액 모두 LVMH를 앞서며 패션업계 1위에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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