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찌라] 대동강 물을 미리 팔아, 대동강을 사들이다 – 휠라(下)

발행 2025년 04월 21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이찌라의 ‘기업 읽어드립니다’

 

휠라 디스럽터2

 

1991년 휠라와 윤윤수가 합작 설립한 휠라코리아는 설립 1년 만에 매출 150억 원을 기록했고, 이후 6년간 매년 50% 이상의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글로벌 본사의 상황은 정반대였다. 70~80년대 스포츠 의류 붐을 타고 세계 3위 브랜드로 올라섰던 휠라는 90년대 후반 시장 트렌드 대응에 실패하며 매출이 급격히 둔화되었다. 여기에 무리한 스타 마케팅으로 인해 비용 부담까지 가중되면서 연이은 적자에 빠졌다. 모기업인 제미나가 여러 패션 브랜드를 동시에 운영하며 경영 집중력이 떨어진 것도 위기를 키웠다. 결국 2001년, 제미나는 휠라를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새 주인 찾기에 나선다.

 

윤 회장은 2003년 미국계 PE 서버러스의 펀드에 참여해 MBO(Management Buy Out, 경영진 인수) 방식으로 글로벌 휠라 경영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서버러스가 부채 상환을 이유로 성과가 가장 좋던 휠라코리아를 매각하려 하자, 윤 회장은 휠라코리아를 완전히 사버리기로 결심한다. 본사 역시 윤 회장이 MBO를 하기 원했기 때문에, 두 달 간의 자금 조달 유예기간까지 내걸며 기다려 주었다. 하지만 두 달 안에 1억3천만 달러(당시 약 1300억 원)에 달하는 인수 대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았다. 먼저 윤 회장과 경영진 6인이 사재를 출연하고, 국내 사모투자자와 일반 공모투자자를 유치했으며, 은행권에서 대출도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110억 원 가량이 부족했는데, 이때 휠라코리아 직원 200여 명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퇴직금을 우리사주조합 형태로 투자하여 모자란 자금을 메워주었다. 우여곡절 끝에 인수 자금을 마감 시한에 맞추어 마련해 냈다.

 

윤 회장은 구두끈을 조여 매며 체질을 개선했다. 타던 벤츠 승용차를 국산차로 바꾸고, 자신의 연봉도 4분의 1로 삭감하는 등 솔선수범 절감에 나섰다. 임원들에게는 “지금은 마음을 다잡을 때”라며 자유 복장을 금지하고 넥타이에 회사 배지를 달 것을 주문했다.

 

그로부터 2년 뒤, 위기를 거듭하던 휠라 본사가 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된다. 윤윤수 회장은 본사마저 인수하기로 결심한다. “본사가 부진한 원인은 훤히 보였고, 내가 맡아 리브랜딩하면 살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2년 전 한국지사 인수 상황보다 훨씬 더 많은 자금이 부족했다.

 

윤 회장은 기지를 발휘한다. 전 세계 휠라 라이선스 파트너들에게 앞으로 계약 기간 동안 납부해야 할 로열티(통상 매출의 8%) 중 절반을 미리 선납하게 한 것인데, 대동강을 사면서 대동강물을 먼저 팔아 대금을 치른 격이었다. 마침내 2007년 1월, 휠라코리아는 휠라 브랜드 및 상표권을 보유한 휠라 룩셈부르크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본사를 한국으로 이전한다.

 

윤 회장은 휠라를 인수한 후 브랜드 이름만 남기고 모든 것을 정비하는 리브랜딩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브랜드 헤리티지는 남기되, 1020에 맞게 재정비했다. 밀레니얼 패션이 유행하자 1980년대 테니스 선수 비에른 보리의 반팔 셔츠, 90년대 NBA 선수 그랜트 힐의 농구화를 복각하기도 했다. 켄달 제너, 비욘세, 리한나까지 휠라의 로고가 크게 박힌 옷을 입으며 젊은 세대가 반응했다. 투박한 어글리 슈즈의 유행도 한몫했다. 20년 만에 재출시한 ‘디스럽터’가 사랑받으면서 1년 반 만에 국내에서 180만 켤레, 해외에서 820만 켤레를 판매하기도 했다.

 

2011년 윤 회장에게 또 다른 기회가 찾아온다. ‘타이틀리스트’, ‘풋조이’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골프업계 1위 아쿠쉬네트가 글로벌 매물로 나오자, 미래에셋 사모펀드에서 윤윤수 회장을 찾았다. 휠라코리아는 이 중 약 12.5%의 지분만 투자해 참여하고 나머지는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출자해 기업가치를 더 높여 보자는 전략이었다. 기업 인수가 얼마나 힘든지 해봐서 아는 윤 회장은 처음에는 고사했지만, 미래에셋의 끈질긴 설득으로 인수에 도전한다. 아디다스를 포함한 글로벌 기업들도 욕심을 냈지만, 휠라는 2011년 인수에 성공한다. 그리고 이어 2016년 아쿠쉬네트를 성공적으로 상장시켰다. 그렇게 휠라는 멀티 브랜드를 거느린 글로벌 스포츠 그룹으로 도약하는데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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