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찌라] 노스페이스와 파타고니아를 탄생시킨 아찔한 여행

발행 2025년 05월 06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이찌라의 ‘기업 읽어드립니다’

 

 

1943년 미국에서 태어난 더글라스 톰킨스는 어린 시절부터 등산을 즐겼다. 산을 좋아한 나머지, 17세 때 돈을 모아 알프스 등반에 나서기도 했다. 어느 여름, 카약을 즐기다 산장으로 돌아가던 톰킨스는 히치 하이킹을 한다. 그런데 마침 운전자도 암벽등반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수지 러셀. 운명처럼 만난 두 사람은 얼마 뒤 결혼한다.

 

톰킨스와 러셀은 1964년 은행에서 5,000달러를 빌려 장비 사업을 시작한다. 이들은 브랜드에 ‘노스페이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등반으로 유명한 산중에는 북벽이 험난한 경우가 많은데, 그만큼 등반가들에게는 도전하고 싶은 꿈의 길이기 때문이다. 몇 년 뒤에는 요세미티 공원에 있는 하프돔을 본떠 한쪽은 평평하고 후면은 둥근 로고를 붙였다.

 

이들은 품질 좋은 스키, 등반 장비를 유통하면서 자연스럽게 업계의 대표적인 메이커와 마주하게 된다. 쉬나드 이큅먼트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훗날 파타고니아를 설립하는 ‘이본 쉬나드’다. 처음부터 잘 통했던 이들은 함께 여행을 떠난다. 당시 최고의 스키 챔피언 딕 드로우와 영국 소설가 크리스 존스도 합류해, 네 명이 함께 낡은 미니밴을 타고 6개월간의 여행을 떠난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해 아르헨티나 끝에 있는 파타고니아까지 내려가면서 이들은 좋은 곳이 보이면 차를 세우고 서핑, 스키, 암벽등반을 즐겼다.

 

하지만 파타고니아, 그중에서도 목적지였던 피츠로이 산에 도전했을 때, 이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낭만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사투였다. 여러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긴 네 사람의 영상은 ‘Mountain of Storms‘라는 제목의 영화로 개봉했는데, 어드벤처 영화의 원형으로 평가받는다. 전문 제작팀 없이 이들이 직접 촬영·편집했는데, 적나라한 어려움과 포기 직전의 갈등이 고스란히 담긴 현대판 브이로그와 같은 기록이다. 무엇보다 아웃도어 계의 두 거장 노스페이스와 파타고니아 창업자가 동시에 등장하는 진귀한 영화로, 현재 유튜브에 무료로 공개돼 있다.

 

톰킨스 일행은 열악한 장비로 극한 환경에서 사투를 벌인다. 특히 부서진 텐트와 보온성이 떨어지는 침낭만으로 눈 속 동굴에서 강제 숙영하며, 실용적 장비 개발 필요성을 절감했다. 여행에서 돌아온 톰킨스는 침낭 기술을 보완하고 최초로 내한 온도 표기 시스템을 도입한다. 사용자가 추위를 견딜 수 있는 최저 온도를 표기한 것이다. 또, 노스페이스가 1969년 선보인 시에라 파카는 아웃도어 의류에 다운(구스 깃털)을 본격 도입해 극한의 추위에도 대응하는 방한성을 구현했고, 이후 다운 재킷의 표준이 되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성과는 돔형 텐트를 상업화한 것이다. 당시 텐트는 대부분 가운데 폴이 있는 A형 텐트였다. 피츠로이에서 텐트의 부실함을 느낀 톰킨스는 삼각형 조각을 연결해 만든 지오데식 돔(Geodesic Dome) 이론을 적용한 오벌 인텐션(Oval Intention)을 출시한다. 삼각형은 외부 힘을 고르게 분산시켜 다른 모양보다 튼튼하기 때문이다. 1976년 영국-캐나다 합동 원정대가 파타고니아에 도전했을 때, 밤새 시속 200km의 폭풍설에 휘말린다. 다른 텐트는 다 날아가서 대원들이 변을 당했지만, 오벌 인텐션 속의 대원들은 무사히 살아남았다. 이 사건으로 노스페이스의 제품은 유명해졌고, 등산뿐만 아니라 스키까지 다양한 아웃도어 제품을 만들며 승승장구하게 된다.

 

한편, 여행에서 돌아온 이본 쉬나드 역시 기능성과 내구성을 갖춘 장비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5년 뒤인 1973년, 의류 사업을 시작하고 파타고니아라는 이름을 붙인다. 생사를 넘나든 이 여행이 노스페이스와 파타고니아를 세계적인 브랜드의 반열에 올려놓는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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