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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지나 표 |
런던패션위크서 데뷔해, 2014년 런칭…온오프라인 홀세일로 성장
현지 유명 백화점 여성복 1위 오르기도…런던 중심가 스토어 오픈
[어패럴뉴스 박선희 기자] 1983년 명동에서 의상실을 운영하는 어머니 밑에서 태어난 소녀는 미싱을 배우고, 조각 천들로 옷을 짓는 일상 속에서 자라났다. 홍대에서 섬유미술과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후 대기업에 취업했지만, 해외 컬렉션을 참고해 옷이 만들어지는 현실을 보며 ‘우리가 따라 하는 이 브랜드들의 세계는 대체 어떤 곳인가’하는 마음이 커져 갔다.
그렇게 2008년 영국 유학길에 올라, 런던패션위크를 통해 데뷔하고 2014년 런던과 서울에 사무실을 마련해 자신의 세례명을 딴 레이블 '레지나 표'를 런칭한다.
디자이너 레지나 표(표지영)의 이야기가 태평양을 건너 한국의 대중들에게 전해지기 시작한 것은 불과 얼마 전이다. 유럽의 유명 백화점 여성복 조닝에서 1위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온라인과 편집숍을 통해 한국에서도 팬덤이 형성되면서부터다. 한국에서는 그동안 비이커 등 일부 편집숍에서만 그의 옷을 만날 수 있었는데, 지난해 신사동에 프라이빗 쇼룸을 열었고, 팝업과 콜라보 행사도 있었다. 한국 진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새해를 맞아 레지나 표와 서면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현재 디자이너 레이블 ‘레지나 표’의 사업 현황은.
-‘레지나 표’ 브랜드는 올해로 10년이 되었다. 영국 매치스나 네타포르테, 파페치 등의 홀세일 위기 상황으로 DTC를 강화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2년 전 영 디자이너 브랜드로는 이례적으로 런던 시내에 스토어를 오픈했는데, 반응이 정말 좋다. 한국이나 뉴욕에도 스토어를 오픈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유럽의 유명한 백화점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국 디자이너가 여성복으로 성공한 사례는 처음인 것 같다. 스스로 지금의 결과가 만들어진 결정적 배경이라 여기는 것이 있나.
-어릴 때부터 브랜드라는 자체가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어떤 글자로 조합된 이름일 뿐인데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사람들로 하여금 열망하게 만든다는 사실에 매료됐다. 그러면서도 코코 샤넬이나 미우치아 프라다처럼 여성의 자아를 독립시키는 디자이너들을 주로 생각했고, 왜 글로벌에서 한국의 패션으로 진정 알려진 브랜드가 없는지 고민하고 언젠가 꼭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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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지나 표’ 런던 스토어 |
▲유학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홍대 졸업 후 대기업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일했지만 해외 컬렉션을 보고 디자인해야 하는 현실에 회의를 느꼈다.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도대체 이 세계의 디자이너들은 누구길래 우리는 그 컬렉션을 보고 뒤늦게 디자인해야 하는지 궁금했고, 나중보다는 지금 도전을 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무작정 시도했다. 졸업 후에는 한국의 대기업과 영국의 개인 디자이너 아뜰리에가 어떻게 다른지 배우기 위해 영국 디자이너 브랜드들에서 경험을 쌓고, 마침내 2014년 브랜드를 공식 런칭하게 됐다.
▲LVMH와 영국패션협회, 보그, WWD가 뽑은 차세대 디자이너에 선정됐고, 삼성패션디자인펀드에서도 2회 연속 수상자에 선정됐다. 10년간 ‘레지나 표’에 대한 비상한 관심이 계속해서 유지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마도 흔들리지 않고 브랜드 색을 고스란히 지켜온 게 아닐까 생각된다. 브랜드 고유의 아이덴티티는 지키되, 도태되지 않도록 계속 진화해야 했고, 요즘은 특히나 레지나 표만의 특색을 더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면 브랜드 10년을 기념하기 위해 큰 패션쇼를 할 수도 있었지만, 19명의 여성 그룹 작가전을 큐레이팅하는 전시를 했다. 그리고 한 층에는 ‘Mother’s object’로 어머니가 평생 모은 오브젝트들을 전시했는데, ‘Korean object’에 대한 현지 반응이 정말 좋았다. 런던 소호 스토어에서 VIP를 초대해 떡국이나 한국의 라면을 대접하기도 했다. 예상하지 못한 접근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같다.
▲센트럴 세인트 마틴 졸업 이후 자신의 컬렉션을 발표하고, 브랜드로 자리 잡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들었다.
-운이 좋게도 그 당시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세일즈 쇼룸에 발탁되어 같이 일하게 되었는데, 시작이 순탄치 않았다. 당시 나는 럭셔리 브랜드(그 당시는 지금처럼 럭셔리 브랜드의 가격대가 많이 내려오지 않았다)와 컨템포러리 브랜드 사이 레이블을 만들고자 했다. 오래 입을 수 있으면서, 여성이 매일 입을 수 있는 가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는데 백화점과 홀세일을 주로 하는 유통 구조에서는 그러한 ‘층’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그 세일즈 쇼룸에서 나와서도 내가 하고 싶었던 컬렉션을 계속 만들었다. 그러자 점차 좋은 반응을 얻게 되었고, 오히려 영국을 넘어 세계로 알려지는 시작이 되었다.
▲‘레지나 표’의 옷은 자연스럽고 편안해 보이면서도 여자의 아름다움과 세련미를 놓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옷을 디자인할 때 기준과 철학이 궁금하다.
-겉으로 보여지는 것 보다, 입는 사람의 삶을 많이 생각한다. 어떤 마음으로 입을지, 입었을 때 어떻게 느껴질지 같은 것들이다. 그래서 입었을 때 더 특별한 느낌을 받고 핏이 너무 좋아서 놀랐다는 등의 피드백을 주는 것 같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디자인 요소로, 특별하지만 오래도록 옷장에 간직할 수 있는 디자인, 당당한 여성스러움을 추구하고, 입는 사람이 이미 가지고 있는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옷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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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 스토어의 레지나 표 |
▲최근 한국에 프라이빗 쇼룸과 팝업을 운영하고, 콜라보레이션도 화제가 됐다. 인터뷰 등의 글들을 보면, 한국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이 느껴진다. 한국 사업을 좀 더 적극적으로 전개할 계획이 있나.
-‘한국적인’ 것을 생각하면서 디자인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그건 의도하는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녹아나는 것인 것 같다. 영국 찰스 왕의 초대로 버킹검 궁전 행사에 한복을 입고 갔을 때, 내가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을 알릴 수 있다는 사실에 매우 기뻤다. 한국에 갈 때마다 사람들이 레지나 표의 옷을 어디서 입어보고 살 수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해와, 작년 여름에 처음으로 프라이빗 팝업을 열었다. 한국의 패션 대기업들과 한국 사업에 대해 여러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과 더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기대하고 있다.
▲‘레지나 표’에 대한 앞으로의 구상은 무엇인가. 패션을 넘어서는 다른 사업이나 도전에 대한 생각이 있나.
-레지나 표는 패션을 어떤 외적인 요소보다는 삶의 한 부분으로 본다. 그래서 예술이나 라이프스타일의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 것 같다. 이를 아우를 수 있는 장이 마련된다면 충분히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시아에서 시작된 한국 패션에 대한 관심이 잠깐의 유행으로 끝나진 않을 것 같다. 영국 현지에서도 이를 실감하나.
-처음 영국에 유학 왔을 당시 코리안이라고 하면 돌아오는 질문은 “North or South?”였다. 이제는 너도나도 한국의 좋아하는 것을 줄줄이 늘어놓을 정도니 정말 많이 변했다고 느낀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도 정말 뿌듯한 소식이었다. 한국의 전반적인 문화를 매우 매력적으로 느끼고,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후배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
-석사 공부를 할 때 들은 조언이 있다. “Do what you do, do it well, then there will be a place for it(당신이 하는 일을 잘하라. 그러면 그 일을 할 자리가 생길 것이다).” 자기가 잘 하는 것을 찾고 그 부분을 발전시켜 나가라고 말해주고 싶다. 내가 브랜드를 런칭할 당시 런던 패션위크는 맥시멀리스트라고 할 만큼 내가 원하는 방향과 달랐다. 그때는 내가 설 자리가 없어 보였지만, 내가 잘 하는 것을 지속하다 보면,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언젠가 자리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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