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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창] “대기업 타이틀, 이젠 자랑거리가 아닙니다”

발행 2023년 11월 06일

조은혜기자 , ceh@apparelnews.co.kr

 

패션 전공자들의 꿈은 오랫동안 대기업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대기업을 선호하지만 이전과는 분위기가 달라짐을 체감한다.

 

졸업예정인 학생들의 희망 선택지로 대기업, 중견기업보다 규모가 작아도 새로운 주류로 꼽히는 브랜드들의 언급이 늘고 있다. 해외 글로벌 패션기업에서 일한 유학파 인재들의 한국행도 마찬가지다. ‘앤더슨벨’, ‘렉토’ 등 새로운 대세 브랜드에 입사 의사를 전달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대기업에서 오랜 경험을 쌓고, 현재는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활약하고 있는 디자인 경력자들은 역량을 펼치고 키울 수 있는 기회 면에서 레거시 기업의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직원을 대하는 태도, 교육 등 모든 부분이 레거시 시스템과 많이 다르고, 특히 젊은 인력들에게 주어지는 기회의 폭에서 큰 차이를 느낀다고 입을 모은다.

 

대기업 디자인부서에 들어가면 처음부터 디자인 업무에 투입되지 않고 권한을 갖게 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그만큼 나이가 든다. 그런데 지금 패션 시장의 판을 바꾸는 브랜드들을 이끄는 대표 대부분은 20~30대이고, 구성원도 20대 비중이 높다.

 

그중 한 CD는 “함께 속해 일해 보니 퀄리티는 기성세대보다 떨어질 수 있지만 젊은 친구들의 디렉팅 감각이 뛰어나고 관심 대상, 변화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기성세대와 완전히 다르다”며, “과거 방식대로 밀고 나가는 꼰대 마인드를 버리고 새로운 인력을 뽑아 많은 기회를 주지 않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흐름을 타고 갈 수 없다. 깨진 독에 물 붓기이고 좋은 인재 유치도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들 역시 그런 이유로 패션학도 후배들에게 왜 대기업이어야 하느냐고 반문하며 디자이너로 성장할 수 있는 회사는 많다, 디자이너가 꿈이라면 좀 더 모험적으로 하라고 조언한다고 했다. 경력자를 선발할 때도 대기업 출신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다. 결이 맞지 않고 연차 대비 권한이 적은 만큼 고연봉을 주고 같이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H사 출신 한 디렉터는 “패션 대기업 출신인 게 자랑거리가 아니다. 다시 오라면 절대 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커리어에는 많은 도움이 됐지만 양쪽을 경험해본 결과, 시간이 갈수록 기본적인 경험 코스일 뿐 세대교체가 빠른 패션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내세울 만한 대단한 커리어가 아니라는 것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사내 복지와 대기업 타이틀이라는 장점 외에 발전 기회는 진급과 월급이 올라가는 것뿐이었고, 대기업마저 자유롭지 않은 여전한 카피 등이 성취에 대한 허무감을 늘 가져온 것도 이유라고 했다.

 

해왔던 것처럼 그대로 해도 됐던 시절은 지났다. 주도했던 사람들이 그대로 주도하고 새로운 사람이 떨어져 나가는 기존 구조의 변화가 요구되는 시대다. 새로운 시각의 흡수와 변화에 더딜수록 좋은 인재도, 미래도 희미해진다. 이제 판단할 때다. ‘그들만의 리그’, ‘그들만의 잔치’로 남는다면 미래는 없다.

 

조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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