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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창] 패션아트 디렉터의 시대, 파워풀 CD를 기대한다

발행 2023년 12월 04일

이종석기자 , ljs@apparelnews.co.kr

 

(왼쪽부터) 피비 파일로, 다니엘 리, 뎀나 바잘리아, 에디 슬리먼

 

얼마 전 알게 된 사실. 연간 상영되는 영화 중 자국 영화 비중이 50%를 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고 한다. 대부분 나라들에서는 미국 헐리웃 영화가 80%를 차지하고, 자국 영화는 20% 정도라고 한다. 물론 한국 영화 산업이 거대 자본의 미국 영화에 잠식되지 않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스크린 쿼터제가 있었다. 그 보호 덕분에 배우, 감독 등 크리에이터들이 성장했고, 콘텐츠의 양적, 질적 성장이 이루어졌다. 쿼터제가 사라진 지금도 우리가 50% 넘는 비중을 지킬 수 있게 된 것이다.

 

더불어 한국 영화를 지킨 또 다른 한 축은 다름 아닌 소비자다. 일본은 국민 한 사람이 1년에 1번 이하로 극장에 간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장 흔한 데이트 코스로 영화관에 가고, 주말이면 의례 영화를 본다.

 

패션이라고 상황이 크게 다를까. 해방 이후 서양의 복식을 받아들인 우리나라는 산업화와 유통 시장 개방 등을 겪으며 해외 패션과 경쟁해야 했다. 영화와 패션은 그 성격이 달라, 백화점의 몇 개 층은 한국 브랜드를 넣어라 하는 식의 쿼터제는 없었지만 수십년 간 한국 패션은 백화점의 중심 축을 형성하며 규모를 키웠다. 그리고 영화 산업과 마찬가지로, 세계에서 가장 패셔너블하다고 평가받는 소비자들이 한국에 있다.

 

그런데 한국 패션의 글로벌 스탠다드 진입은 아직 멀어 보인다. 기자 개인적인 생각으로 그 이유 중 하나는, 브랜드를 이끌어가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의 역할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피비 파일로, 에디 슬리먼, 뎀나 바잘리아, 다니엘 리 등 미국과 유럽의 CD들은 그들 자체가 스타 플레이어다. 그들의 생각과 창작물에 대해 업계는 늘 촉각을 곤두세운다. 반면 국내 CD들은 자리를 옮긴 이야기, 브랜드를 런칭한다는 이야기 정도다.

 

근본적인 측면에서는 구조적인 한계가 분명 작용하고 있다. 국내 레거시 패션 기업의 대다수는 경영과 소유가 분리되어 있지 않다. 디자인·유통·마케팅 등의 전권을 CD에 위임하는 일이 어려운 것이다.

 

CD라는 역량을 갖춘 인력풀이 두텁지 못한 것도 있다. 국내는 CD의 역할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업부장(유통/기획)과 CD 타이틀을 달고 디자인 실장이라는 이원화된 구조로 브랜드가 디렉팅된다. 그러나 CD는 본래 브랜드 전체를 총괄하는 직책이다. 이를 위해선 디자인·유통·마케팅 등을 통합한 인재가 필요하다. 이러한 통합은 이제 막 태동 단계다.

 

이런 한계 속에서도 CD의 역할이 빛을 발하며 성공적인 브랜딩을 해 나가는 기업이 늘고 있는 건 반가운 일이다.

 

레거시 기업에서는 코오롱FnC, 삼성패션 등이 선두다. ‘준지’의 정욱준 상무, ‘커스텀멜로우’의 손형오 상무, ‘캠브리지멤버스’의 이지은 상무 등은 디자이너 출신 사업부장으로서 CD에 가까운 역할을 수행 중이다.

 

이머징 기업은 더 많다. 마뗑킴, 렉토, 오르, 이스트로그, 포스트 아카이브 펙션, 떠그클럽, 포터리 등 팬덤을 모은 수많은 브랜드가 있다. 이들의 대표들은 대부분 CD를 겸하고 있다.

 

성공 사례가 늘어나니, 움직임은 더 활발해지고 있다. 정규훈 ‘미나브’ 설립자가 나와 지난해 브랜드 ‘더아이덴티티프로젝트’를 런칭했고, 김다인 ‘마뗑킴’ 설립자는 ‘마뗑킴’을 떠나 내년 신규 브랜드 런칭을 SNS에 예고하기도 했다.

 

몇 년 전에는 한 이머징 브랜드 A대표에게 현재는 종료된 B기업 브랜드 총괄 제안이 왔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비록 A브랜드 대표가 거절하며 성사되지 않았지만 흥미로운 대목이었다.

 

머지않아 국내 CD들도 해외 CD들처럼 대중과 업계가 모두 관심을 갖는 영향력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이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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