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준의 ‘스타트업의 세계’

사진=게티이미지

필자가 증권사를 퇴직하고 젠티움을 시작한 것이 2016년 8월이었으니, 초기 스타트업 투자를 전업으로 삼은 지도 8년 차를 들어서고 있다. 그동안 많은 창업자들을 만났고, 함께 하게 된 일부의 창업자들을 제외하면, 다수의 창업자들에게는 투자하지 못했다.

지나고 보니 대략 10명의 창업자들을 만난다면 그 중 투자한 경우는 1~2명 정도인 것 같다.(그리고 그 중 투자 후 수익이 나서 투자금을 회수하게 된 경우는 20% 전후에 불과하다. 결국 정리해 보면 새로 만나게 되는 창업자에게 투자하고, 그 투자가 성과(수익)를 거두게 될 확률은 2% 전후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게 투자를 하지 못하고 지나친 창업기업 중 일부는 다른 투자자에게 투자를 유치해서 잘 성장하기도 하지만, 확률적으로는 투자를 유치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거나, 투자를 유치한다 하더라도 한참의 시간이 걸린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아주 드물게는 다른 투자자의 투자로 큰 수익을 내는 경우가 있다. 아주 가까이서 투자건을 지켜본 필자는, 그러한 경우들에서 공통적인 요인을 찾았는데 바로 호의(好意)와 선의(善意)다.

초기 스타트업 투자는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불확실성의 끝판왕 투자이다. 그 대부분의 불확실성은 결국 불완전함에서 나오는 것이다. 사업의 불완전함, 비즈니스 모델의 불완전함, 불완전한 창업팀 등등.

투자자가 1을 넣으면 반드시 1 이상이 돌아와야 하는 게임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투자자들은 초기스타트업 쪽은 쳐다보면 안 된다. 제어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초기스타트업을 정말 진심으로 대하는 투자자들에게는 이러한 불확실성과 불완전성이 안 보였던 것일까. 혹은 낙관적인 자세로 투자를 판단한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들에게도 불완전함과 불확실성은 선명하게 잘 보인다. 다만 그 불확실성을 채우는 큰 것이 있다. 바로 ‘돕고 싶다’는 ‘선의(善意)’이다. 정말로 순수하게 창업가의 사업을 돕고 싶다는 ‘선의’는 성공적인 투자에서 늘 발견되는 요소다.

창업가들에게 늘 강조하곤 한다. 인간적인 매력을 주는 창업가가 투자유치에서는 매우 유리하다고.

다른 조건들이 동일하다고 한다면, ‘인간적인 매력’이라는 차별점은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이는 곧 초기스타트업 투자에서 창업가에게 투자자가 ‘호의(好意)’를 가지는 것이 중요함을 말하는 것인데, 대부분의 초기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실행은 창업가(또는 창업팀)에 대한 ‘호의’로 출발해서, 세부사항들을 검토하고, 아무리 조사하고 검토해도 채울 수 없는 ‘불확실성’의 빈자리를 ‘선의’로 채우면서 투자 결정을 내리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아주 드물게는 ‘호의’ 없이 ‘선의’만으로 투자가 결정될 수도 있겠지만, 필자의 경험 상 창업가에 대한 ‘호의’ 없이 ‘선의’가 발현(發現)’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시든 나무에서 꽃이 피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은 확률이다.

그러니, 창업가들은 투자자들을 대할 때, 진심으로 성심성의껏 최선을 다하자. ‘호의’라는 것은 외양보다는 ‘태도 혹은 자세(attitude)’로부터 나오는 것이니.

그리고 초기스타트업의 투자자들도 완벽해 보이는 투자건만 찾으려 하지 말자. 부족한 부분은 늘 존재하기 마련이고, 투자자가 부담해야 할 리스크가 없다면 그것은 투자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