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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이혜미 ‘잉크(EENK)’ 대표&디자이너 인터뷰
“파리패션위크 컬렉션은 연 2회의 전지훈련 같은 것”

발행 2024년 01월 03일

조은혜기자 , ceh@apparelnews.co.kr

 

이혜미 잉크 대표&디자이너 / 사진=백현광 기자

 

한섬, 삼성, 코오롱 거쳐 2015잉크런칭

파리패션위크 진출 후 해외 매출이 70% 차지

 

[어패럴뉴스 조은혜 기자] 2024년 하면 떠오르는 한 마디를 고른다면 ‘주류의 교체’가 될 것 같다. 패션 산업의 주류 교체는 이미 시작됐고, 아마도 새해 시장은 더 격렬한 파열음을 내며 진화의 시간을 통과할 것이다.

 

새로운 주류의 얼굴들. 그 가운데 ‘잉크(EENK)’의 이혜미 디자이너가 있다.

 

이혜미 디자이너는 한섬, 제일모직, 코오롱 등 패션 대기업에서 10여 년 동안 디자이너로 경험을 쌓은 후 지난 2015년 ‘잉크’를 런칭했다.

 

어릴 때 아버지가 인쇄소를 운영하신 영향으로 종이에 레터와 폰트를 새기는 ‘잉크’에서 영감을 얻어 브랜드 이름을 지었다.

 

지난 8년간 A부터 Z까지 알파벳을 키워드로 한 ‘레터 프로젝트’를 통해 패션부터 라이프스타일까지 ‘잉크’의 취향과 감성을 공유하며 국내외 입지를 빠르게 넓혀 왔다. 23SS 파리 패션위크에서 첫 단독쇼를 성공적으로 선보인 ‘잉크’는 많은 나라에서 러브콜을 받는 레이블이 됐다.

 

24FW 막바지 준비에 한창인 이혜미 디자이너를 플래그십스토어 ‘메종잉크’에서 만나,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와 패션 시장에 대한 생각들을 들어봤다.

 

 

■ 최근 국내 패션 시장이 세대교체의 과도기에 들어서며 디자이너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전성기를 맞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디자이너 브랜드의 전성기가 왔다기보다 패션 문화가 더 성숙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기업이 정보를 독점할 수 있었고 대중들에게 이런 것이 패션이라고 알려주며 패션 시장을 이끌었다면, 지금은 누구나 찾아보면 접할 수 있는 정보의 계급이 없어진 시대다. 패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고, 퍼스널리티에 맞는 브랜드를 선택하는 소비자들도 많다. 브랜드들이 저마다의 색깔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패션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과도기이기도 한 것 같다.

 

■ 그렇다면, 성숙해진 국내 패션 시장에서 더 중요해진 주제는 무엇인가.

 

-성숙해진만큼 경계가 없어지고 경쟁이 심화되며 한국에서도 글로벌 브랜드와 경쟁해야 되는 상황이다. 브랜드만의 아이덴티티가 확실하지 않으면 지속하기 어렵다.

 

국내만 해도 무신사 기준 5만개 브랜드가 있고 작년 기준 7~8천개 브랜드였던 W컨셉도 올해 13천개로 늘었다고 한다. 수많은 트렌드가 존재하는데 그 속에서 무엇을 잡아 우리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느냐가 중요하고, 늘 해왔던 시스템도 더 단단하게 다져가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기회를 넓혀갈 수 있다.

 

■ 해외 사업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나.

 

-현재 진출해있는 곳에서 지속적으로 비중을 키우고, 패션문화가 고도화되지 않은 개발도상국으로의 진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 잘 되고 있는 아시아 시장에서 더 탄탄히 자리잡기 위해 유럽 패션 씬에서 많은 노력을 이어가고 있기도 하다. 파리패션위크 진출은 패션에 관심이 높은 사람들이 다 모인, 그만큼 평가받기 어려운 곳이다.

 

그곳에서 인정받는 것이 브랜드 위상을 더 향상시킬 수 있고, 그 경험을 통해 우리의 컬렉션을 디벨롭시킬 수 있다. 2회의 전지훈련 같은 것이다.(웃음)

 

잉크 2024 봄 여름 파리 컬렉션

 

■ 국내에서 공부하고 유력한 패션기업을 거친 이력이 젊은 디자이너이자 대표로서 하는 일에 도움이 되었나.

 

-디자인을 하면서 다른 파트를 경험하지 못해 사업을 시작한 후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디자인만 특별하다고 사업이 잘 되는 게 아니었다.(웃음) 인력과 회사를 유지발전 시켜나가는 과정을 이겨내느냐 못 이겨내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기업에 있으면서 내 마음대로 못 하는 환경, 주어진 미션에 최선을 다하는 환경에서 일을 해봤던 것이 사업을 버티는 힘이 됐던 것 같다. 모험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미션이 주어지면 열심히는 하는 스타일이다. 외부의 여러 제안이 좋은 결과들로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 평소 함께 일하는 크루에 대한 고마움을 자주 드러낸다.

 

-작년 연말 참석한 포럼에서 마음을 때리는 말이 있었다. 모든 브랜드에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오지만 인력이 받쳐주지 못하면 기회도 소용 없어진다는 것이었다.

 

잉크의 성장은 크루의 팀워크가 큰 힘이 됐다우리는 내셔널 기성 패션 프로세스와 디자이너 브랜드 프로세스가 합쳐진 독특한 구조다. 둘 중 한쪽만 경험한 경력자의 경우 적응이 쉽지 않다.

 

4명일 때부터 함께 해온 팀장들이 오래 손발을 맞춰 왔고, 기업 출신 실장들이 주 3회 함께하며 시간 핸들링 등 여러 노하우를 공유해 좋은 시너지가 나고 있다.

 

우리의 강점은 젊은 구성원들이 시너지 낼 수 있고, 오너와 가까이 일하는 환경에서 짧은 시간 디렉터 역량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디렉터 주도가 아닌 사업부의 모든 팀이 모여 움직여야 하는 기업방식과 다른 점이다. 나를 이을 다음 CD를 육성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잉크 23FW 

 

■ 요즘 고민하는 주제기 있나.

 

-흔히들 이렇게 질문한다. 가는 방향이 준지냐, 우영미냐?”

 

현재에 충실하면서 가까운 미래를 예측하며 움직여왔는데 이제는 기조를 바꿔야 할 때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까지는 가진 노하우와 감으로 잘 선택해 움직여 왔지만 기업으로 볼 때 장기적으로는 이 같은 방식은 도박 같은 일이 아닐까, 브랜드 색을 유지하고 회사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전문 CEO를 영입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한다.

 

지금도 대표로서, 디자이너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좋은 시스템을 가진,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회사와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언젠가 유연하고 유능한 CEO를 모시게 되면, CD로서의 역할에만 집중해볼 생각이다.

 

■ 향후 계획과 목표로 인터뷰를 마무리를 하면 될 것 같다.

 

-26개 알파벳을 바탕으로 한 레터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나중에 다시 A로 돌아가 아카이브 컬렉션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5년 시즌이 벌써 Z. Z 쇼를 하면 2026년 아카이브 A가 실감이 날 것 같다.

 

올해 런칭 예정인 맨즈 라인을 안착시키고, 진행 중인 글로벌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한 후 A 아카이브를 잘 해내고 싶다. , 국내시장이 해외 못지않게 중요한 만큼 올해 젊은 층 접점이 높은, 가볍게 들릴 수 있는 매장을 선보이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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