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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 디자이너 1인 창업 급증
온라인·편집숍 등 기회 증가

발행 2016년 09월 08일

이채연기자 , lcy@apparelnews.co.kr

청년 창업, 1인 창업의 시대. 청년실업의 또 다른 면 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기존 패션시장의 시스템에 매달리지 않고도 재능을 사업화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 소비자들을 만날 수 있는 솔루션이 늘었다는 반증일 것이다. 치열한 일상, 현실의 벽을 딛고 나름의 목표를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는 신진 디자이너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옷 만드는 기술에 브랜딩 능력 더하며 ‘성장’

'리릭' 이정필 실장

 

남성복 ‘리릭’ 런칭 2년 차, 내년 S/S까지 3개 시즌 컬렉션을 마무리한 이정필 실장. 신입답지 않은 완성도를 선보이며 작년 말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에 13기로 입주했다.


얼마 전에는 컨템포러리 패션의 대세 트레이드 쇼로 꼽히는 베를린 프리미엄에 코트라 지원을 받아 참가했고 다음 달 열리는 서울패션위크 제너레이션넥스트 디자이너로도 선정됐다.


그는 동기들보다 늦은 나이에 패션공부를 시작했다. 늦은 만큼 열심히했음에도 28살이라는 나이는 그가 패션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후 첫 걸림돌이었다.


디자이너 브랜드 인턴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열정페이’같 은 불만은 생각조차 하지 못한 5개월이 지나갔다. 지금 다시 그 생활을 경험한다 해도 기회조차 없을까 싶어 문제제기를 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직장에서 2년 반 근무 후 창업한 그때부터 지금까지 삼각 김밥으로 한 끼를 때우는 것이 몸에 배었다.


그는 “집중과 현실감각을 배운 기간”이라면서 “처음부터 해외 시장 진출을 목표로 런칭했지만 컬렉션 시즌과 수주 기간, 판매 시점의 격차가 큰데다가 생산원가 때문에 국내에서 기반을 잡는 것이 그 무엇보다 우선이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진출 지원 사업 참여 경험에 비춰보면 해외 전시는 각각 성격과 핵심 콘텐츠가 다른데, 내 브랜드 컨셉에 맞는 전시는 지원이 없거나 프랑스, 중국에 한정되어 있다”고 디자이너들의 의견 수렴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시제품·재고들고 현장 돌아

'메종드이네스' 김인혜 실장

 

‘메종드이네스(Maison de Ines)’의 김인혜 실장은 사업의 모양새를 제대로 갖추기 시작했다. 5년 동안 10개 시즌 컬렉션을 진행했고 작년에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연희동에 사무실, 삼청동에 자그마한 전통가옥을 개조해 꾸민 쇼룸을 운영 중이고, 롯데백화점 디자이너 편집숍 등 10개 오프라인 매장에 제품을 공급한다. 온라인 편집숍인 더블유컨셉과 퍼스트룩몰에서는 시즌 마다 뉴 컬렉션을 업로드 할 때 마다 매출 상위 3위 안에 랭크된다.


신진으로는 드물게 런칭과 동시에 자사몰(www.maison-ines.com)을 오픈했고 첫 해부터 수익을 냈다. 중국 여성복 브랜드와 국내 아동복 브랜드 디렉터 일도 하고 있다.

해외 트레이드 쇼에서의 실적도 좋다.


런칭 첫 시즌에 호주 바이어로부터 신인으로서는 큰 오더를 수주했다. 먼저 ‘메종드이네스’ 홈페이지에서 룩북의 완성도를 보고 기대를 가진 바이어가 트레이드 쇼를 찾아왔다고 한다.


김 실장은 “파리에서 일하면서 모은 돈에 중기청 창업지원금까지 모든 걸 걸었으니 회사를 돌리기 위해 정말 안 해 본 것이 없다. 피드백을 원한다면 그럴만한 제안이 있어야 하는 법”이라고 강조한다.


남들보다 빨리 자리를 잡은 것 같지만 욕심을 내 물량을 늘렸던 2년 차에는 고스란히 남은 재고를 싣고 전국 백화점 행사장을 홀로 돌기도 했다. 재학 내내 엄청난 노동량의 트렌드 애널리스트나 퍼스널 쇼퍼 일을 6년 간 쉼 없이 한 것도 사업을 위해 준비하고 생각했고, 철저한 대비는 성과로 나타났다.


그는 “옷만 잘 만들면 끝이 아니다. 첫 시즌은 반짝이는 디자인과 아이디어로 눈에 띌 수 있지만 바로 다음 시즌부터 마케팅이 더 중요해진다. ‘브랜드’는 ‘브랜딩’을 해야만 비로소 가치를 갖는다”고 말했다.

 

단순 협업에서 B2B로…스마트 비즈니스 시도

'그리디어스' 박윤희 실장

 

2012년 런칭된 ‘그리디어스(GREEDILOUS)’는 패션업계 안팎의 콜라보 1순위이고, 박윤희 실장은 SNS에서 손꼽히는 패션 피플이다.


‘레코드’, ‘도호’, ‘지포’, ‘퍼스트룩’, ‘베디베로’, ‘레디’, 헤어케어 제품 패키지 등 런칭 직후부터 진행한 협업 건이 그도 다 헤아리지못할 정도다.


전매특허인 강렬하고 화려한 디지털프린트 만큼이나 박 실장의 애티튜드도 딱 요즘 ‘핫한 디자이너’의 전형이다.


사실 컬렉션 보다 협업 등 외부 활동에 더 신경을 쓰는 듯 보이는 그를 깎아내리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디자이너 박윤희의 사업은 철저히 실제 비즈니스를 쫒는 야무진 행보다.


협업으로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다지면서 새롭고 혁신적인 컬렉션을 선호하는 뉴욕 등 해외 트레이드 쇼 진출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큰 브랜드를 만드는 것 보단 생명력이 긴 브랜드를 만들려 한다”면서 “지금 현실에서 콜라보와 수출은 사업을 장기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기업과 정부의 관심이 있어야 가능하다. 열심히 홍보도 하지만 결국 디자이너는 디자인에만 열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한다”고 말했다.


‘투 잡’에 나선 스마트한 이도 있다.
남성복 ‘이스트로그’와 ‘언어펙티드’의 오너이자 대표 디자이너인 이동기 디자이너는 남성복 업계에서 알아주는 편집숍 ‘비슬로우’의 PB 디렉터이기도 하다.


이동기 디자이너가 ‘비슬로우’에 자신의 브랜드를 홀세일하고 있고 그를 계기로 손을 잡게 됐다. 감각 있는 유통과 유능한 콘텐츠 제작자가 맞잡은 손은 매력적인 스마트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하게 되지 않을까.

 

“디자이너는 현실을 사는 사람…팔리지 않는 ‘작품’ 가치 없어”

 

이현찬 ‘아놀드파마’ 디자인실 부장

 

DIR이 전개하는 골프웨어 ‘아놀드파마’의 이현찬 부장은 보통의 직장인이 가지기엔 흔치 않은 이력의 소유자다. 지금의 온라인 트렌드몰(동대문 제품 소호몰)의 원형을 만든 MD, GN1기 선정 디자이너, 편집숍 ‘달스톤’ 오너 디렉터. 특별한 것만도 한 손에 꼽기 힘들다.


대학 진학 후 갑자기 어려워진 집안형편 때문에 동대문 밤 시장에서 4년을 꼬박 일했다. 그때의 경험은 국내 1호 패션전문몰인 패션플러스가 설립 초기 시행했던 트렌드몰의 기본 운영 아이디어로 쓰였다. 역시 동대문에서 연을 맺은 최범석과 ‘제네럴아이디어’ 수석 디자이너로 6시즌의 서울컬렉션을 함께했다.


유학을 가고 싶었던 그에게 또 새로운 길이 열렸다. 우연한 기회에 맡은 ‘마일드세븐’ 유니폼 디자인이 일감을 계속 불러들여 28살에 첫 사업자를 내게 된 것. 결국 유학 대신 ODM 프로모션으로 자리를 잡았다.


‘찬지 바이 이현찬(Chan+ge by Lee Hyun Chan)’ 컬렉션은 1등 디자이너와 1등 모델의 콜라보 패션브랜드 런칭을 지원해주는 ‘아이 엠 어 모델’이라는 케이블채널 프로그램에서 우승한 것이 계기였다. 그의 꿈대로 2006년 서른살 직전에 첫 개인 컬렉션을 열었고 GN(제너레이션넥스트)1기 선정, 서울컬렉션 데뷔이후 7회 컬렉션까지 순탄하게 갔다. 그즈음 압구정동에 남성패션 편집숍 ‘달스톤’을 오픈했는데, ‘젠틀몬스터’ 등이 초창기 바잉브랜드다.


그는 “당시 바이어 한명없고, 해외 진출 노력도 보기 힘든 보여주기식 행사에 회의가 들었다”고 한다. 마침 그의 마지막 컬렉션을 본 코오롱에서 영입제안이 들어왔고 그가 ‘헤드’를 맡아 전략적으로 출시한 래쉬가드는 한 시즌에 11만장이 넘게 팔려나가기도 했다.


그는 “ 디자이너는 현실을 사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상업적 디자인을 부끄러워 할 필요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시장에서선택받지 못하는 ‘작품’으로는 경영이 불가능하다. 회사생활을 다운그레이드로 볼 수도 있지만 지금 있는 자리에서 성과를 보여주는 것도 능력이다. 골프웨어는 내가 가지 않았던 길이고 호기심도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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