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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라이선스 30년 ‘브랜드’ 독점에서 공유의 시대로

박해영기자, envy007@appare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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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패션 업계에 라이선스 브랜드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지 어언 30년이 되어간다. 엘르, 레노마, 피에르가르뎅 등 1호 라이선스 브랜드들이 도입된 시기를 기준으로 가늠한 시간이다.
그로부터 한 세대를 거친 현재의 패션 라이선스 시장은 시대의 변화와 혼란 속에 커다란 변곡점을 맞고 있다. 그 중심에는 유통과 미디어 플랫폼의 대이동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스터권은 줄고, 에이전트 역할 커져
 
[어패럴뉴스 박해영 기자] 브랜드도 단기 렌트가 될까. 10여 년전과 비교하면 최근 ‘브랜드’에 대한 기업들의 독점욕이 현저히 저하됐음을 알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은 캐릭터, 아티스트 콘텐츠를 빌려 사용하는 기간을 보통 3개월 내지 6개월 단위로 계약하거나 갱신한다.
 
홈쇼핑, 온라인 유통 브랜드를 중심으로 브랜드 계약을 6개월로 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경기, 리듬이 비교적 짧은 온라인, 홈쇼핑 채널의 부상에 따른 것이다.
 
브랜드 충성도가 낮아지면서 그에 대한 의존도가 예전보다 못한 것도 주요 원인이다. 패션 업계 기준에서 보자면 오프라인 유통의 의존도가 줄고, 온라인 등 신유통에 대한 중요도가 상승하면서부터다.
 
라이선스 전문업체도 에이전트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마스터 전개권을 확보한 케이스가 점차 희귀해지고 있다. 직진출, 중대형사, 일부 전문 업체 정도가 마스터 라이선스 전개권을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들이 해외 직진출 법인인 글로벌브랜드그룹, WME-IMG코리아, ‘엘르’를 전개 중인 라가르데르 액티브 엔터프라이즈, 월트디즈니, 터너엔터테인먼트 등이다.
 
자금력이 담보되거나 보유 브랜드 수가 많은 패션 기업 LF, 슈페리어, 팬코, 이센스, 대원미디어, CJE&M 등도 포함된다.
 
전문 업체 중에서는 무민, 보노보노, 미피 등을 보유 중인 서울머천다이징컴퍼니, ‘미치코런던’을 운영 중인 영라, 발렌티노루디 코리아 등이 있다.
 
브랜드 관리가 유연해질 수 밖에 없는 대내외적인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다.
 
마스터 라이선스 권한을 확보한 게 아닌 만큼 전문 기업 간 브랜드 이동도 잦아졌다.
 
올해는 WME-IMG코리아가 글로벌브랜드그룹이 보유해 온 ‘지프’를 가져갔고, 글로벌브랜드그룹은 WME-IMG코리아로부터 ‘플레이보이’를 가져갔다.
 
자금이 풍족한 서브 라이선스 업체조차도 전 카테고리에 대해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일례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웅가로’ 마스터 라이선스권사인 이센스와 계약을 맺고 홈쇼핑 채널에 런칭 했지만 일부 품목은 코웰패션에 넘겼다.
 
‘단스킨’은 코웰패션, 세일, 실버텍스와 각각 다른 아이템에 대해 계약을 했지만 쇼핑몰, 마케팅 등은 공동 대응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전문 업체들은 에이전트 계약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패션 기업으로부터 브랜드를 먼저 의뢰받고 해당 브랜드의 해외 본사에 노크하는 방식도 허용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전까지는 주머니 사정이 박한 영세 사업자들의 방식이었지만 규모와 상관없이 브랜드를 알선하는 방식이 점차 늘고 있다.

모바일 플랫폼이 이끄는 캐릭터 콘텐츠 전성기
 
이같은 라이선스 시장의 변화는 유통, 미디어 채널의 이동과 깊은 연관이 있다.
 
유튜브, SNS, 게임 등 뉴 채널은 단순한 플랫폼에서 탈피, 캐릭터 콘텐츠 탄생의 원천이 되고 있다.
 
국내 콘텐츠 시장의 변화는 사실 카카오프렌즈, 라인프렌즈 등 모바일 메신저 캐릭터로부터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로 인해 뉴미디어의 적응력이 커졌고 유튜브, 게임 등이 모바일 메신저 캐릭터 라이선스 군단의 뒤를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온라인 동영상 중 유튜브가 74.9%의 콘텐츠를 생성하고 있고, ‘Z’세대의 66%가 유튜브를 활용한다. 때문에 수십억 조회를 이끌어 낸 스타 크리에이터가 탄생하고 이들의 두터운 팬덤을 이용해 브랜딩, 머천다이징 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온라인 및 모바일 게임도 마찬가지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게임회사들이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까지도 유아동 캐릭터 콘텐츠는 대부분 카툰 채널, EBS 방영 애니메이션, 장난감 영역에서 주로 캐릭터 콘텐츠가 만들어져 왔다. 하지만 예전만큼 팬덤 파급력이 크지 않고 길지 않아 머천다이징에 소극적이다. 정통 캐릭터 군은 F&B 프로모션이나 이벤트 정도로 축소됐다.

시대 따라 채널은 달라져도 핵심은 ‘브랜드’

이처럼 캐릭터 콘텐츠 채널 이동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모즈의 김홍식 대표는 “캐릭터 생성 콘텐츠 플랫폼의 변화는 논의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이미 빠르게 그리고 깊숙이 진행 중이다. 뽀로로, 뿌까 등 토종 캐릭터군은 해외 수출에서 더 많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 기업들도 현저히 늘었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스타 크리에이터 도티와 구글 출신의 이필성 대표가 3년 전 공동 창업한 MCN 스타트업이다.
 
현재 키즈, 게임, 먹방, 예능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도티, 잠뜰, 겜브링, 떵개떵, 라온, 띠미, 츄팝, 장삐쭈 등 150팀 이상의 크리에이터 그룹이 모여 1천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월 영상 조회수 13억 회를 돌파했다. 연 매출 140억 원, 누적 투자금액이 150억 원이다.
 
이들 크리에이터 콘텐츠 라이선스 사업은 키나인에서 전개 중인데 이미 30개사의 라이선스 파트너사를 확보했다.
 
히어로즈엔터테인먼트는 2016년 설립, 정통 캐릭터와 유튜브 크리에이터 콘텐츠를 함께 운영 중이다. 가장 파워풀한 캐릭터 콘텐츠는 유튜브를 통해 초통령으로 잘 알려진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엘리가 간다’ 등이다. ‘엘리가 간다’ 유튜브 동영상 채널 구독자 수는 25만명에 달한다.
 
삼성출판사는 모바일 교육 콘텐츠 ‘핑크퐁’으로 다양한 카테고리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인플루언서 콘텐츠, 유튜브 크리에이터 등의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구축한 전문 기업 스타일디도 해당 된다.
 
히어로즈엔터테인먼트의 이성중 이사는 “유튜브 플랫폼을 통해 성공한 캐릭터는 그간의 공중파, 케이블 등 제도권 유통에서와 같이 일부 캐릭터에 한정될 듯하다. 성공하는 캐릭터는 극히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결국 좋은 브랜드가 소비자는 물론 상품화할 기업들의 선택을 받을 것이다. 플랫폼만 달라질 뿐 브랜딩 방법은 동일하다”고 말한다.
 
결국 패러다임의 변화는 그렇게 치명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라이선스 콘텐츠가 도태되거나 축소되는 가장 큰 원인은 과거에나 지금이나 흔들리는 아이덴티티, 브랜드 관리의 부재에 있다는 지적이다.
 
플랫폼의 진화에 올라타는 것은 시대적 흐름에 따라 도구를 활용하는 정도다. 시작과 끝은 과거에도 앞으로도, ‘브랜드’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영화, 드라마 제작사인 MGM은 록키, 핑크팬더, 로보캅 등 파워풀하지만 오래된 콘텐츠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이들 콘텐츠는 심지어 뉴미디어로 채널 이동을 단행해 젊은 층의 인지도까지 확보하고 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유연하게 저변을 확대 중이지만 오리지널 버전은 지속적으로 강조해 DNA를 유지하고 있다.
 
60년 동안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토끼 ‘미피’의 저작권사인 네덜란드 MERCIS의 마야 디렉터는 “딕 브루너의 ‘미피’는 유년기가 행복해야 전 생애가 행복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탄생했다”며 “세계인이 브랜드의 시작과 의미를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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