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창] 과도기적 젠더 논란, 패션 업계도 성인지 감수성을 키워야 할 때

발행 2021년 07월 26일

박해영기자 , envy007@apparelnews.co.kr

 출처=오리온

 

패션 및 유통 업계가 젠더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무신사, MLB, G마켓, 동원참치, 카카오뱅크 등 연이은 젠더 논란에 반강제로 내린 광고가 수십 개, 게시물은 수백 건에 이른다.

 

최근 ‘엘칸토’는 광고 모델인 브레이브 걸스의 유나가 ‘오조오억’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논란의 중심이 된 바 있다. 한 속옷 업체는 위생팬티를 입고 요가 하는 모델 사진으로 여성 고객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오조오억은 ‘정자가 쓸데없이 많다’는 의미로, 주로 남성 비하적 표현으로 간주된다. 허버허버는 급한 행동을 뜻하는 의성어로 일부는 남성 혐오적 표현으로 해석된다. 신조어로 잘못 이해한 경우, 남혐이 연상되는 집게 손 모양으로 판단한 경우 등 사례도 다양하다. 업체들은 대부분 의미를 모르고 사용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심지어 오리온 고추 칩 봉지에 손가락 모양을 의식, 젓가락으로 고추 칩을 집는 어색한 사진을 사용할 정도다. 젠더 갈등에 업체들이나 실무자들이나 타깃이 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디자이너나 광고, 콘텐츠 기획자들은 플랫폼과 SNS 등 여러 채널에 실시간으로 기획물을 올려야 하는데 이제는 콘텐츠 업데이트가 두렵다”고 말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쉽게 의견을 낼 수 SNS 채널 등의 환경 영향이 크다. 여기에 자기 목소리를 내기에 주저함이 없는 MZ세대들이 늘면서 젠더 갈등으로 비화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사’와 ‘고의’에 대한 검증 과정 없이 불매의 타깃이 되는 사례도 왕왕 있다. 실제 누군가를 혐오하고 차별하려는 의사나 의도는 없었지만 배경 지식이 없어 벌어진 헤프닝이 대부분이다.

 

MZ세대는 소비력이 왕성하지만 동시에 손절도 빠르다. 젠더 감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기업으로 낙인찍히면 불매 운동으로 이어져 매출 피해까지 입게 된다.

 

문제는 예민한 이슈에도 정보와 인프라는 너무 빈약하다는 것이다. 젠더 감성 전문가는 물론 콘텐츠 제공 채널, 심지어 패션 협회나 광고 공사 등 관련 기관조차 젠더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마케팅 전문 사이트나 커뮤니티에서만 가끔 보이는 정도다. 결국 현업 종사자들이 젠더 딜레마를 과도기적 숙명으로 여기고, 대안을 스스로 강구해야 하는 입장이다.

 

우선 내부적으로 필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일례로 금지 조항 매뉴얼을 작성하고, 젠더 논란 사례집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 사내 공유하는 방식이 있다. 20대 직원을 통해 SNS 채널을 수시로 모니터링하고 젠더 트렌드를 지속적으로 서칭하는 일도 필요하다.

 

한 업체는 업로드 직전 20대부터 40대 직원이 내용을 감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하기도 했다. 더불어 여초, 남초 커뮤니티를 모니터링해 새로운 용어나 상징물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젠더 콘텐츠 업데이트가 비교적 풍성하고 빠른 트위터를 집중적으로 체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젠더 논란의 사태가 터진다면 즉각적으로 인정하고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광고를 중단, 초기에 논란을 잠재워야 한다.

 

물론 젠더 관련 커뮤니티들도 문제적 표현을 색출하기에 앞서 심볼의 의미를 정립해서 공식적으로 발표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젠더의 감성을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노력도 동반돼야 할 것이다.

 

젠더 감수성을 높여, 남자와 여자 모두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자는 취지는 백번 옳지만, 그것을 핑계로 여혐, 남혐 등 비생산적 논쟁을 생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박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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