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마당 - 아카데미 시상식으로 바라본 패션 철학
정승기 메트로시티 전무

발행 2020년 03월 09일

어패럴뉴스기자 , webmaster@apparelnews.co.kr

 

정승기 메트로시티 전무

 

지난 2월 9일 미국 LA에서는 대한민국 영화 한편이 전 세계를 열광시킨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다. 바로 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우리의 봉준호 감독이 만든 영화 ‘기생충’이 작품상, 감독상, 국제장편영화상, 그리고 각본상까지 총 4개의 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더욱이 ‘기생충’은 비영어권 국가에서 감독상과 작품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역사적인 기록까지 세웠다.

 

이로 인해 지난 몇주 간 수상 후 쏟아져 나오는 그 뒷이야기들은 너무도 다양해서 당분간 우리의 대화 주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그 가운데에서도 제일 주목을 받는 부분 중 하나가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세계관과 그의 철학이다.

 

세계 영화 평론가들은 봉 감독이 ‘하나의 장르를 개척했다’고 표현하는가 하면 그의 영화 한 장면 한 장면이 대단히 섬세하고 디테일 하다 해서 ‘봉 테일’이라는 별칭으로 부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봉 감독은 ‘기생충’의 각본을 쓰는 동시에 캐스팅할 배우를 생각했고 이를 어떻게 관객에게 표현해 내질 장면 하나하나마다 콘티를 직접 쓰고 그렸다고 한다. 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이 작품을 구상하였고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이 영화를 만들었는지 미루어 짐작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감독 못지않게 개성이 중요한 배우들도 매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자신을 나타내기 위해 여러 가지 화제성 있는 의상과 인터뷰 또는 행동을 하곤 한다. 그 중에서도 여배우들의 드레스는 매년 시상식이 끝나고 나면 각종 방송의 단골 매뉴로 등장해서 이야깃거리를 선사한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1954년 <로마에 휴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오드리 헵번은 평생의 동반자로 유명한 지방시 드레스를 입고 나왔었다. 이 드레스는 2011년 아시아의 한 콜렉터에게 13만 달러(한화 약 1억5천만원)에 낙찰 되었다고 하니 그 가치 또한 남다를 것 같다.

 

지방시 드레스는 2017년 <라라 랜드>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엠마 스톤 때 또한번 화제가 되었다. 이날 엠마 스톤은 지방시 골드 드레스에 우아한 웨이브의 금발 헤어스타일을 하고 나왔다. 그리고 그날 그녀는 황금빛 오스카를 들어 올려서 이미 자신의 수상을 예상한 것이 아니었냐는 기사가 설득력을 얻었던 적도 있다.

 

이렇듯 지난 시상식에서 화제가 되었던 드레스 못지않게 이번 2020년 아카데미에서 또 한 명에 개념 드레스가 우리의 주목을 끌어냈다. 이제는 더 이상 레옹의 아역배우가 아닌 나탈리 포트만의 드레스이다. 그녀는 감독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여성 감독들의 이름을 자수로 새겨서 망토로 입고 나왔다고 한다. 아직도 여성감독들에게 진입 장벽이 높은 아카데미, 나탈리 포트만은 인터뷰에서 놀라운 작업을 해내고도 인정받지 못한 여성들을 나만의 미묘한 방식으로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그녀와 같이 생각이 남 다른 패션 디자이너도 있다. 최근 ‘Hello, My name is Paul Smith’ 라는 광고 문구로도 유명한 디자이너 폴 스미스는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미의 기준을 탈피해 독특하고 기발한 창의성을 중요시하는 디자이너로 잘 알려져 있다. “ 나는 절대 패션잡지를 보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뭘 하고 있는지 보는 걸로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하고 싶지 않다”면서 그만의 패션 철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고 있다.

 

이제 우리 패션계에서도 그러한 철학을 가진 브랜드, 회사, 그리고 디자이너가 나와 주기를 바란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이겨낼 수 있는 강력한 세계관과 뚜렷한 철학이 무엇인지 우리 모두 각자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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