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경] 모피 패션 반대의 의미는 ‘약자와의 상생’이다
이재경의 ‘패션 법 이야기’

발행 2020년 01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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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변호사
이재경 변호사

 

어떤 사회가 동물의 권익을 보장하는 수준을 살펴보면, 그 사회가 최하위 계층의 약자를 어떻게 대하는지 금세 파악할 수 있다. 많은 럭셔리 브랜드들이 동물 모피를 대신하여 인조 모피를 대안으로 선택한다는 사실은 많은 의미를 던져준다. 

 

동물의 모피, 가죽을 이용하여 제작한 고가의 모피 코트, 가죽 점퍼는 오랫동안 부의 상징이자 상류층 패션의 결정체였다.

 

하지만, 페타(PETA) 등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사회적으로 거센 반대 여론에 부딪히는 모피 패션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샤넬, 구찌, 베르사체 등 럭셔리 브랜드가 윤리 경영과 함께 '퍼 프리(Fur Free)' 선언에 동참하였고, 마쥬, 산드로, 끌로디 피에로를 소유한 프랑스 패션그룹 SMCP도 지속가능패션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2020년부터 동물 모피 사용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말도 못하는 동물의 권익을 대변하는 동물보호주의자들은 인간에게 고문당하고 도살당한 동물들의 고통과 억울함을 수반한 방식으로 만든 옷을 소비자들 스스로 원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가짜 피를 뒤집어쓰고 거리에서 캣워크 퍼포먼스를 하면서 모피, 가죽패션의 무시무시한 비인간적 모습을 재현하거나, 평소 모피 코트를 즐겨 입던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궁궐 앞에서 집단으로 나체 시위를 하는 등의 방식으로 모피 패션의 반윤리성을 설파해왔다. 


모피 반대는 동물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동물 보호는 단순히 윤리적 차원에서만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 동물도 생명체로서 엄연히 권리를 가진다는 법적 인식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이미 동물보호법을 포함한 여러 법안을 통해 그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서구에서는 1970년대부터 인종 차별, 성차별에 반대하는 사회 움직임을 종(種) 차별에까지 확장시켰다. 취향의 문제인 ‘애호’의 차원이 아니라, ‘권리’의 문제는 당위, 불법의 영역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동물이지만 인간과 같이 지구상을 살아가는 생명체로 인식한 것이다. 이는 우리가 다른 생명체의 고통을 알고도 권장하거나 비겁하게 방치한다면, 인간에게도 비슷한 사태가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다는 자각의 결과이기도 하다. 


어떤 사회가 동물의 권익을 보장하는 수준을 살펴보면, 그 사회가 최하위 계층의 약자를 어떻게 대하는지 금세 파악할 수 있다. 많은 럭셔리 브랜드들이 동물 모피를 대신하여 인조 모피를 대안으로 선택한다는 사실은 많은 의미를 던져준다. 만약, 그 어떠한 대안이 있다면, 인간의 권리가 동물의 권리에 항상 앞서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적인 여우 모피 생산국인 노르웨이가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모피 제조업을 폐쇄하기로 결정하면서, 세계적으로 모피를 근절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연간 100만개 모피를 생산할 수 있는 노르웨이 여우와 밍크 농장들은 연간 매출액 675억원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찬반 여론이 나뉘고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 내린 결정인 만큼 궁극적으로 모피 산업은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모피 반대 운동을 해 온 국제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에 의하면, 노르웨이는 유럽에서 14번째로 모피 농장을 폐쇄했다.


하지만, 노르웨이 등 유럽 몇몇 국가만으로는 모피 패션은 쉽게 근절되지 않는다. 현재, 여우와 밍크 모피 시장은 중국과 핀란드 등이 2/3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미국과 함께 세계를 주름잡는 중국이 모피 산업을 지탱하는 이상, 모피의 근절은 사실상 힘들다. 


따라서 모피 패션에 대한 문제는 몇몇 선진국들만의 리그에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많은 동물보호단체가 중국을 비롯한 모피와 관련된 노동집약적 생산을 하는 국가에도 진출해 모피패션을 왜 반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계몽을 꾸준히 펼쳐나가야 한다. 


인구 대국으로서 눈앞에 닥친 상황, 먹고 사는 문제가 더 급한 중국이지만, 그러한 중국조차도 언젠가는 동물 보호의 대열에 동참할 것이다. 


모피 패션 반대주의자들의 주장은 동물이 인간보다 앞서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동물도 인간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동물 보호에 대한 법률도 인간과 동물의 상생 차원에서 규정하고 있다. 모피 패션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합의점을 곧 찾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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