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미래… ‘본질의 힘’은 더 세져야 한다
남훈의 ‘패션과 컬처’

발행 2020년 09월 11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출처: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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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패션의 영역에서도 많은 양의 아이템들을 분산해서 소유하기보다는, 퀄리티가 뛰어난 소재나 공을 들인 방식으로 만든 제품들이 중요해질 것이다

 

9월로 접어들면서 가을바람이 분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하니 이제 반팔 옷은 여름의 흔적으로 남겨 두고, 블루종이나 사파리를 옷장에 넣어두어야 한다. 예전이라면 변화된 계절에 맞는 가을, 겨울 제품을 준비하고 어떻게 마케팅을 할 것인지, 트렁크쇼는 무슨 아이템으로 진행하면 좋을 지 모색하는 시기인데, 지금은 분위기가 한참 다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시 강화되면서 식당이나 카페의 영업시간이 단축되고, 다수의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사회는 느리게 움직인다.


테이크아웃만 가능한 곳들이 많아졌고, 배달 음식들은 반대로 폭주하는 주문을 소화하기 바쁘다. 전통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호텔이나 백화점은 조금 나은 편이지만, 그래도 트래픽을 기대할 수 없으니 답답한 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이런 풍경들을 보면서 문득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하나 생각하게 되었다. 말하자면 렌탈 전문공간이다. 4명에서 8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인데 와인과 음료를 갖추어 놓고, 음식은 배달로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예약제로 점심, 저녁에 한 팀만 렌트를 해주는 것이다. 이미 많은 식당에서 테이블 간 거리를 두고, 체온 측정이나 손소독과 같은 방역을 하고 있지만, 백신이 등장하기 전까지 팬데믹은 숙명적인 불안함을 수반할 수 밖에 없다. 누가 바이러스를 보균했는지 알 수 없다는 사실, 지나치는 누군가와의 접촉도 신경 쓰이는 기분. 따라서 모르는 사람이 아닌 잘아는 이들과 작은 공간을 렌트해서 식사를 할 수 있다면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안하지 않을까.


언제 우리 다시 여행을 갈 수 있느냔 질문들을 모두들 한다. 백신이 개발된 이후라고 상상은 해보지만 그 시점에 대해선 논쟁이 있다. 뉴욕의 투자회사에서 일하는 친구는 미국의 넘쳐나는 돈들이 집중 투자를 하고 있어, 내년 2월까진 분명히 백신이 출현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내년 말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다행스럽게 백신이 개발된 다음이라고 해도 앞으로의 여행은 과거와 같은 방식은 아닐 것이다.


가능한 많은 승객들을 이코노미석에 꽉 채워서 전 세계의 관광지로 보내는 그런 패키지 여행은 아무래도 어렵지 않을까. 비행기 좌석마다 자리를 띄우고, 호텔이나 식당도 일정한 양의 손님을 받게 되는 시대라면 필연적으로 여행비용은 상승하게 된다. 그러면 과거처럼 자주 싸게 하는 여행에서 일 년에 한번 정도 필요한 비용을 모아질 높은 여행을 하는 방향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 이전의 하와이가 좋은 예다. 그곳에 여행 오는 한국인들이 엄청 많았으나 정작 현지에서 즐겨야 할 고급 서비스를 즐기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해변이나 유명지에서 사진 찍는 게 여행의 전부가 아닐터인데, 이전의 여행은 그런 편이었다. 이제 양보다 질이 여행에서도 통용되는 시대를 맞는 것이다.


이런 시대적 흐름은 패션의 미래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코로나 이후를 예측하며 많은 사람들이 트렌드와 행보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누군가는 언택트 시대에 온라인이 유일한 대안이 될 것이라 주장하고, 다른 누구는 그래도 오프라인의 의미를 생각하며 가격에 구애받지 않은 초 럭셔리 브랜드들의 약진을 말한다. 두 가지 모두 의미를 가진 담론이다. 이미 수많은 브랜드와 제품이 넘쳐나는 이 시대, 공급이 초과되고 수요가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최고급 브랜드로 사람들의 관심이 수렴될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에르메스와 샤넬, 바쉐론 콘스탄틴과 포르쉐를 옆에 두고 살 수는 없다. 운동과 캠핑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지금은 심플하지만 일상적인 카테고리에서 필요하고 적절한 가격의 브랜드나 제품들도 충분히 필요하다. 여행이나 음식의 트렌드 변화에서 유추한다면 이제 패션의 영역에서도 많은 양의 아이템들을 분산해서 소유하기보다는, 퀄리티가 뛰어난 소재나 공을 들인 방식으로 만든 제품들이 중요해질 것이다. 그러므로 몇 번 입고 버리는 옷 여러 벌보단 오래도록 소유할 만한 스테디셀러 한 두 벌을 찾는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소재와 공법에 대한 탐구가 앞으로는 브랜드 간 실력의 차이가 될 것이다. 

 

 

남훈 알란컴퍼니 대표
남훈 알란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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