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레알, 시장의 구속을 거부하고 날아오르다
박석준의 ‘D2C 열전’

발행 2020년 07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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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레알 전체 매출에서 전자상거래 비중은 지난 2015년 고작 5%였으나 올 1분기 20%로 확 뛰어 올랐다. 여기서 나온 매출액 72억 유로(약 9조7,200억 원)는 전년 동기보다 53% 늘어난 수치다.

 

“3년 치 전자상거래 성장을 8주 만에 해냈다.” 로레알의 루보미라 로쉐 최고디지털책임(CDO)은 인터뷰에 거침이 없었다. 외신에 던지는 그의 멘트는 마케팅용 과장이 아니다. 그가 이끄는 로레알 전자상거래 사업은 그야말로 파죽지세. 외부인의 까칠한 분석을 원천 차단한다.


로레알 전체 매출에서 전자상거래 비중은 지난 2015년 고작 5%였으나 올 1분기 20%로 확 뛰어올랐다. 여기서 나온 매출액 72억 유로(약 9조7,200억 원)는 전년 동기보다 53% 늘어난 수치다. 전자상거래 기술 투자가 효과를 봤다는 뜻이기에 IT 업계에서도 주목도 높은 뉴스였다.


로레알의 전자상거래 특급처방은 201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IT 뷰티 기업’이 되겠다던 2012년의 선언 이전부터 내부에서는 이미 치밀한 준비가 진행 중이었다. 최근 몇 년간은 가상현실(AR)과 인공지능(AI) 등 뷰티와는 어딘가 어색한 소재들이 로레알 관련 기사의 단골 주제로 등장했다. 이 흐름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D2C(Direct to Consumer, 제조자 직접 판매)’이다. 브랜드 기업이 직접 온라인 쇼핑몰과 앱 서비스 등을 운영한다는 개념이다. 복잡한 용어들을 걷어내고 보면 “자사 쇼핑몰(자사몰)을 잘 만들자” 정도로 요약된다.


자사몰은 경쟁사와는 다른 경험, 브랜드 철학 등을 선보이는 전략 요충지다. 단순 판매보다 더 중요한 브랜딩 승부가 여기서 결정된다.

 

시장 환경 변화에 맞춰 크게는 콘셉트부터 작게는 페이지 하나하나를 기업 스스로 만들어간다. 남들과 같이 쓰는 마켓이 아니기에 누구의 허용 여부도 필요 없다. 자사몰 없는 전자상거래의 성공 가능성에 물음표가 붙는 이유다.


로레알이 인수한 ‘스타일난다’도 이렇게 성장했다. ‘스타일난다’는 전자상거래 강국 한국의 대표적 D2C 성공 모델이었다. 그래서 둘의 인연은 필연이었는지도 모른다. 로레알이 홀로 특출나서 뛰어든 모험이 아니다.

 

업계의 기존 가치와 철학이 뒤바뀌고 있다.


무형가치의 손익은 주관적 판단이지만 숫자는 객관적이다. 나이키와 반스, 랄프로렌 등 100만개 이상 사업자들이 근래 아마존을 떠났다.


이른바 ‘아마존 엑소더스(Exodus)’다. 백화점 입점을 거부하고 맨하튼에 매장을 세우듯 D2C 자사몰로 승부하겠다는 뜻이다.


제조업 전반으로 범위를 넓혀도 통계 수치는 D2C로 향해 가는 경향을 분명히 드러낸다.


정보분석기업 닐슨에 따르면 미국 대기업의 전체 온라인 판매량은 2017년 370억 달러(약 45조 원)에서 2019년 650억 달러(약 78조 원)로 껑충 뛰었다. 그런데 이들의 아마존 판매 비중은 같은 기간 43%에서 39%로 뒷걸음질쳤다.


이쯤 되면 국내 패션/뷰티 기업들도 계산을 다시 하고 다른 전략을 세우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머릿속에 그린 콘텐츠를 어떻게든 고객들 앞에 꺼내 놓아야겠는데 오프라인은 내리막이고 백화점닷컴이나 종합몰은 브랜딩이 어렵다. 온라인 분야에서 자사몰이 필수라고 인식되어지는 이유다.


물론 각 기업이 처한 저마다의 상황과 환경을 단순히 재단할 순 없다. 로레알의 공격적 투자를 무조건 본받으라거나, 나이키처럼 IT 출신을 경영자로 모시라는 탁상 담론은 더더욱 현실성이 없다. 다만, 기술적인 전력은 도움이나 협업으로 얼마든지 확보 가능한 세상이다. 로레알과 똑같이 되라는 게 아니라 IT분야에서 어떤 파트너가 필요한지,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는 뜻이다. 이종 산업 간 협력과 융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지속가능한 미래는 제대로 된 현실파악에서 시작된다. 분명한 것은 뒤처진 팔로워에게 시장은 더 엄혹해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박석준 카페24 기업협력팀장
박석준 카페24 기업협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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