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삼의 '포스트 리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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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휠라'의 메로나 협업 컬렉션 |
뷰티·패션 업계에도 색다른 재미와 경험을 우선시하는 '펀슈머(Funsumer)' 트렌드가 중요한 성공 문법으로 자리 잡았다. 가성비나 가심비를 넘어 가잼비(가격 대비 재미)를 추구하는 MZ세대의 소비 성향은 브랜드를 평가하고 소비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큰 흐름 속에서 트렌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뷰티와 패션 산업군은 이종 산업과의 컬래버레이션은 물론 특정한 이슈를 활용하거나 데이 마케팅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신선함과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그러나 오가닉한 방법으로 자발적인 바이럴을 발생시켜 호황을 누리는 펀슈머 마케팅의 이면에는 바이럴을 유도하기 위해 지나친 자극과 오해를 유발하고 안전을 위협하며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위험과 브랜드 정체성 희석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깔려 있기도 하다.
뷰티와 패션 산업이 자기 것에 '재미'를 입히는 방식은 제과와 디저트, F&B 브랜드와의 결합을 통해 제형과 패키지에 반전 매력을 부여하는 것이다. LG생활건강의 색조 브랜드 코드 글로컬러가 다운타우너나 망원동티라미수와 협업하여 출시했던 한정판 기획 세트나, 프랜차이즈 기업인 원할머니보쌈이 보쌈 잡내를 잡는 생강(진저) 향과 우디 노트를 조합해 한정판으로 '오 드 뽀싸므 넘버원'이라는 향수를 출시하며 유머러스한 네이밍과 의외의 세련된 향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것은 기억에 남는 마케팅이었다. 원할머니보쌈의 '오 드 뽀싸므 넘버원' 향수 증정 캠페인은 보쌈과 발음이 유사한 프랑스어 내레이션 '뽀 싸므'를 반복 배치한 위트 있는 영상으로 유튜브 채널 공개 이후 조회수 320만 회를 빠르게 돌파하며 폭발적인 댓글 놀이판을 형성했었다.
패션 업계도 익숙한 먹거리나 유통 매장의 시각적 요소를 위트 있게 재해석하며 경계를 허문 바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스튜디오 톰보이는 식료품 마켓에서 영감을 받은 '슈퍼마르쉐 캡슐 컬렉션'을 통해 가공식품 통조림 캔의 색감과 레터링을 의류 디자인에 재치 있게 적용해서 주목을 받았고, 이랜드월드의 스파오는 빙그레 아이스크림인 메로나의 시그니처 서체와 연둣빛 컬러 칩을 일상 의류에 덧입힌 제품군을 출시하여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스포츠 브랜드 휠라(FILA)와 스파오가 각각 빙그레와 협업하여 진행했던 '메로나 컬렉션'의 히트를 잇는 레인 부츠로 유명한 영국 브랜드 헌터(HUNTER)와 스타벅스의 협업이나 1970년대 초반 미국 보스톤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프로스펙스의 전신 스펙스에서 출시한 러닝화를 복원해 2025년 봄여름(SS) 시즌에 선보였던 프로스펙스와 한섬의 '시스템'과 의 협업으로 출시된 '마라톤 110 파리' 시리즈는 뻔하지 않은 재미가 불황에 지친 대중의 지갑을 얼마나 펀하게 열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이외에도 패션 편집숍 비이커와 초코파이, 에잇세컨즈와 농심 등의 협업은 기존의 브랜드들 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새로움과 의외성을 제공하며 소비자들에게 재미적인 요소를 제공했었다.
이러한 시도들은 분명히 브랜드에 고착화된 올드한 이미지를 탈피시키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저비용으로 높은 바이럴 효과를 거두며 젊은 타깃층의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소비자는 잘 아는 디자인이 낯선 제품군과 결합할 때 신선함을 느끼며, 주목하고, 웃으며, 자발적으로 SNS에 공유하여 이를 하나의 '놀이 문화'로 향유한다.
문제는 펀슈머 마케팅이 지나치게 과열되면서 비즈니스의 기본인 사회적 '공감대'를 벗어날 때다. 식품이 아닌 제품을 식품처럼 보이게 만들거나, 식품 매대 앞에 식품과 함께 진열하거나, 반대로 식품 포장재를 화학제품에 차용할 때 발생하는 오인 유발 가능성은 '안전'이라는 공감대를 위협한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정서를 해치거나 과도한 암시와 은유로 대중들에게 반감을 유발하게 하는 데이 마케팅은 불쾌감을 조성함으로써 오히려 반감을 유발한다. 상식적이라면 '사람들이 왜 이렇게 반응하는지를 모르겠다'라고 할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렇게 반응할 것을 몰랐다는 것에 중대한 문제의식을 느껴야 한다.
일회성 화제성과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잠식이라는 측면에서 펀슈머 마케팅의 한계는 명확하다. 이는 그로 인한 산물이 무엇이든 태생적으로 '자극적인 재미'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첫 만남에서 느낀 기발함에 열광하지만, 재미에는 금방 익숙해진다. 독창적인 감성이나 아카이브를 자산으로 삼아야 할 브랜드가 지나친 B급 유머 코드나 키치한 로고 플레이, 어그로를 끄는 데이 마케팅에 매몰될 경우, 브랜드 본연의 가치는 얼마든지 훼손될 수 있다. 가잼비를 넘어 지속 가능한 가치(Value)로 결국 펀슈머 마케팅이 장기적인 비즈니스 자산이 되기 위해서는 철저한 브랜드의 격(格)이 지켜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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