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찌라] 이케아에만 있다! '구두쇠'가 만든 차별화 전략 (하)

발행 2026년 01월 21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이찌라의 '기업 읽어드립니다'

 

잉바르 캄프라드

 

이케아를 만든 잉바르 캄프라드는 한때 세계 4위 부자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삶은 평생 검소함 그 자체였다. 1993년산 볼보를 20년동안 탄 것으로 유명한데, 그것도 아까워 가능한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비즈니스석을 타거나 고급 호텔은 언감생심이고, 호텔 미니바에 있는 음료수를 마시면 다음 날 편의점에서 사다가 채워 넣을 정도였다.

 

이케아 운영도 다르지 않았다. 모든 화두는 철저히 비용 절감에 맞추었다. 한번은 캄프라드가 바이어에게 저렴한 연필을 구해달라고 요청했다. 바이어는 스웨덴에서 흔히 쓰는 노란색과 초록색 무늬의 긴 연필을 가지고 왔다. 캄프라드는 연필을 반으로 뚝 꺾어버렸다. "자, 이제 같은 가격에 연필이 두 자루 생겼군요. 색을 입힐 필요도 없습니다. 이게 이케아의 보통 연필이 될 겁니다." 이 연필은 지금도 고객들이 가구 치수를 재거나 물품 목록을 적을 수 있도록 줄자와 함께 무료로 비치되어 있다.

 

이러한 원가절감으로 이케아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이케아만이 제공할 수 있는 저렴한 가격대의 ‘절대상품’이다. 한 번은 캄프라드가 중국에 갔다가 닭털이 수북이 쌓여 버려지는 광경을 보았다. 캄프라드는 이를 전량 수입해 이불과 베개로 만든다. 오리털 거위털보다 훨씬 저렴하지만 성능은 충분한 이 베개는 수백만 개가 판매되었다. 이케아는 원가 절감을 위해 제품 하나당 평균 3~5년 주기로 재설계를 반복하며, 이를 통해 15~30% 원가를 낮추고 있다.

 

두 번째 특별한 것은 이케아의 저렴한 음식이다. 스웨디시 미트볼, 연어 요리, 라구 파스타까지 맛과 가격을 모두 잡은 메뉴는 매장을 찾는 재미를 높여준다. 어떻게 이렇게 저렴할 수 있을까. 비결은 고객이 직접 움직이는 구조에 있다. 주문은 키오스크로 받고, 음식도 식기도 고객이 직접 담는다. 핫도그는 대표적인 DIY방식이다. 고객이 직접 양파, 피클, 소스를 뿌려 자신만의 핫도그를 만들 수 있다. 커피 역시 잔도 커피도 얼음도 직접 가져와야 하지만, 대신 무한리필이다. 너무 저렴해서 이익이 안 남을 것 같은 푸드 매출은 전체 매출의 5% 내외를 차지하며 유의미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한편, 스웨덴은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이 50%를 넘는다. 구두쇠인 잉바르 캄프라드는 세금을 덜 내기 위해서 스위스 국적을 취득하고, 이케아 본사는 네덜란드로 이전한다. 스웨덴에서는 돈을 벌기 위해 조국을 버렸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2018년 잉바르 캄프라드는 9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을 때도, 스웨덴 언론은 조용했다. 스웨덴 국민들에게 잉바르는 인정할 수는 있지만 존경은 할 수 없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에 유언장이 공개됐는데, 전 재산의 절반은 네 자녀에게, 나머지 절반은 자선 재단에 기부한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상당 금액을 스웨덴 북부 지역인 노를란드에 기부했는데, 과거에 탄광지역이었던 이곳의 경제를 다시 활성화하는 데 쓰이고 있다. 구두쇠 영감은 떠나면서 많은 기부를 하고 간 것이다. 이케아는 상장을 하지 않은 채, 네덜란드에 있는 재단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세금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캄프라드 가문이 실질적 통제권을 유지하는 전략이다.

 

이케아는 전 세계 가구 시장에서 약 7.5%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명실상부한 가구 업계 1위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의 고급 가구 시장은 단일 제품보다 공간패키지를 선호하는데, 한샘과 현대리바트가 압도적 1·2위를 차지하고, 이케아는 6,000억 원대 매출에 머물러 있다. 게다가 저가 가구 시장에서 이케아는 온라인 대응이 늦었다. 온라인 주문을 연 초기에도 가까운 거리만 배달했다. 집 근처에 이케아가 없는 고객은 할 수 없이 웃돈을 주고 구매대행을 이용해야 했다. 그사이 한국의 가구 시장은 쿠팡과 오늘의집이 빠르게 장악했다. 특히 오늘의집은 콘텐츠·커뮤니티·커머스를 통합힌 3C 전략을 구사하며 파괴적으로 성장했다.

 

2025년 4월 한국의 5번째 매장이자, 서울의 첫 번째 매장인 이케아 강동점이 오픈했다. 이 도심형 매장에는 신규 고객이 78% 방문하며 기대 이상의 반응을 보였다. 현재 이케아의 과제는 명확하다. 매장에서 선사했던 그 특별한 '경험 소비'를, 쿠팡과 오늘의집이 점령한 '디지털 풀필먼트' 시스템과 어떻게 경쟁할지에 달려있다. 90년 전 스몰란드의 척박한 땅에서 피어난 '절약'과 '단순함'의 철학,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헤게모니를 쥘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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