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찌라] 인구 600만의 덴마크에서 탄생한 세계 1위 장난감 '레고' (상)

발행 2026년 03월 05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이찌라의 '기업 읽어드립니다'

 

레고

 

세계 완구 업계 1위는 여전히 레고다. 2024년 기준 레고의 연간 매출은 740억 크로네(약 10조 원 안팎)로, 지.아이.조와 모노폴리를 만드는 글로벌 완구 업계 2위 해즈브로, 바비 인형을 만드는 3위 마텔의 매출을 합쳐도 레고보다 작다. 미국 기업들도 비비지 못하는 레고의 시작은 스칸디나비아 반도 끝자락, 인구 600만 명의 작은 나라 덴마크에서 시작한다. 그것도 수도 코펜하겐에서도 한참 떨어진 농촌 마을 빌룬트에서 나무오리를 만들던 목공소가 그 시작이다.

 

덴마크는 일찍부터 가구, 건축, 제품 디자인에서 미니멀하고 기능적인 전통을 쌓아왔다. 장인 기반의 작은 공방 문화가 뿌리 깊었고, 아이들의 자유로운 놀이와 창의성을 존중하는 교육 철학이 사회 전반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런 배경에서 레고, 노보노디스크 같은 두 글로벌 기업이 탄생할 수 있었다.

 

1929년 대공황이 세계를 강타했을 때 덴마크 빌룬트의 목수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안센은 삼중 위기를 맞았다. 단골이던 농가들이 줄줄이 파산하며 주문이 끊겼고, 이듬해 공장에 화재가 나 집과 창고까지 모두 잿더미가 됐으며, 얼마 후에는 아내마저 세상을 떠났다. 사남매를 혼자 건사해야 했던 올레는 포기 대신 자투리 나무로 장난감을 깎기 시작했다. 요요, 나무 코끼리, 오리 장난감. 작고 단순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할 것들이었다. 한 도매상이 이를 눈여겨보고 크리스마스에 대량 주문을 넣었지만 그전에 먼저 파산하고 만다. 올레는 재고를 수레에 싣고 직접 장난감 가게를 돌아다녀야 했다. 그렇게 번 돈으로 가족이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낼 수 있었고, 올레는 장난감으로 먹고살기로 결심한다. 덴마크어로 '잘 놀아라'를 뜻하는 'Leg Godt'를 줄인 이름, 레고(LEGO)는 그렇게 탄생했다.

 

올레는 초기부터 품질에 집착했다. 너도밤나무를 2년간 자연 건조한 뒤 3주간 가마에서 찐 다음, 바니시 코팅을 세 번 입혔다. 어느 날 셋째 아들 고트프레드가 비용을 아끼겠다고 코팅을 두 번만 한 오리 장난감을 자랑스럽게 가져오자 올레는 불같이 화를 냈다. "당장 다시 가져와서 밤새 마지막 칠을 마쳐라." 이 일을 계기로 고트프레드는 'Only the best is good enough(최고만이 충분하다)'라는 문구를 써 붙였고, 이 문장은 오늘날까지 레고의 공식 모토로 내려오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목재 수급이 어려워지자 올레는 코펜하겐 박람회를 찾았고, 플라스틱 사출기를 처음 접한다. 특히 영국의 키디크래프트가 지금처럼 끼울 수 있는 형태로 플라스틱 브릭 장난감을 내놓았는데, 이걸 본 올레는 주머니에 블럭을 몰래 하나 넣어온다. 그리고 그동안 번 돈을 모두 투자해 독일제 기계를 들였고 1949년 '오토매틱 바인드 브릭'이라는 블록 쌓기 장난감을 출시한다. 이게 반응이 좋자, 올레는 키디크래프트로부터 브릭 장난감에 대한 모든 권리를 사 왔다. 처음에는 네모 상자의 양쪽에 홈이 파여있어서 다른 블록을 끼우면 플라스틱이 조금 벌어지는 정도였다. 그런데 이게 잘 쓰러지자, 훗날 아들 고트프레드가 브릭 안에 원통형 홈을 더해 결합력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1970년대에 만든 브릭과 2026년에 만든 브릭이 지금도 서로 맞을 정도로, 허용 오차 2마이크로미터라는 정밀도를 30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

 

1954년 장난감 박람회에서 고트프레드는 한 쇼핑센터 사장으로부터 "요즘 장난감은 시스템이 없다"는 말을 듣는다. 요즘말로 세계관이 없다는 뜻이었다. 이에 고트프레드는 도시, 차량, 횡단보도가 갖춰진 레고 도시 세트를 내놓으며 '레고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한다. 이후 중세 성곽과 마법사가 등장하는 캐슬 시리즈, 해적 시리즈 등이 연달아 등장하며 레고는 단순한 블록을 넘어 상상력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1964년에는 레고에 바퀴가 등장했고, 아이들은 레고로 기차나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은 1년에 생산되는 레고 타이어만 3억 개로 세계에서 타이어를 가장 많이 판매하는 회사다. 1974년에는 처음으로 사람 피규어가 등장했다. 처음에는 훨씬 컸지만, 점차 크기가 작아져서 지금과 같은 크기로 줄어들었다. 인종의 편견을 없애기 위해 노란색을 선택했으며, 이후 표정이 추가되고 헬멧이나 모자와 같은 액세서리도 추가되었다.

 

한편, 글로벌 수출을 시작하면서 레고는 빌룬트에 공항을 유치한다. 레고를 보러 빌룬트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점차 늘어나자 1968년에는 아예 공장 옆 빈 부지에 레고랜드를 열었다. 첫해 목표 30만 명을 훌쩍 넘어 62만 명이 다녀가며 빌룬트는 코펜하겐 다음으로 많이 찾는 덴마크 관광지가 됐다. 그렇게 레고는 전 세계 아이들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장난감의 지위를 차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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