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택의 '섬유의 민족'
사람들은 옷을 고를 때 늘 비슷한 질문을 한다.
"이거 예뻐요?"
"유행이에요?"
"날씬해 보여요?"
하지만 정작 그 옷이 어떤 구조로 만들어졌는지 묻는 사람은 거의 없다. 디자인은 눈에 보이지만, 조직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보이지 않는 조직이 옷의 성격을 거의 '전부'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같은 색, 같은 실, 같은 패턴이라도 조직이 달라지면 옷은 전혀 다른 태도를 갖는다. 각 잡힌 셔츠가 되기도 하고, 몸을 흐르듯 감싸는 드레스가 되기도 하며, 보기엔 화려하지만 극도로 예민한 옷이 되기도 한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이 바로 평직, 능직, 주자직이다. 모든 직물은 결국 이 세 가지 중 하나에서 출발한다.
평직은 날실과 씨실이 한 올씩 교차하는 방식이다. 더 단순할 수 없는 구조다. 이 단순함 덕분에 평직은 안정적이고 튼튼하다. 실이 서로를 촘촘히 붙잡아 원단의 형태를 단단히 고정한다.
그래서 평직은 잘 늘어나지 않는다. 형태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대신 몸을 배려하지도 않는다. 구김은 잘 생기고, 촉감은 건조하며, 움직임에 유연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이게 바로 평직의 본질이다. 성실하지만 무뚝뚝하다.
면 셔츠, 광목, 캔버스 같은 평직 원단에서 느껴지는 단정함은 사실 '양보하지 않는 구조'에서 비롯된다. 몸보다 형태를 우선하는 태도다.
흥미로운 점은 인류 최초의 직물 조직이 바로 이 평직이라는 사실이다. 가장 원초적인 구조가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는 것은, 인간이 옷에서 가장 먼저 원했던 것이 '아름다움'이 아니라 버텨주는 기능이었다는 증거다. 평직은 생존의 조직이다.
능직은 평직보다 한 단계 느슨하다. 씨실이 날실을 두 올 이상 건너뛰며 교차하고, 그 결과 원단 표면에 사선이 생긴다. 이 사선은 단순한 무늬가 아니다. 원단의 태도를 바꾼다.
능직은 평직보다 부드럽고 유연하다. 구김이 덜 생기고, 몸의 움직임을 따라 자연스럽게 흐른다. 그래서 데님, 치노 팬츠, 트렌치코트처럼 활동성과 외관을 동시에 요구받는 옷에 쓰인다.
여기서 중요한 건, 사람들이 능직을 기능보다 인상으로 먼저 인식한다는 점이다. 사선 결이 주는 시각적 효과 때문에, 능직 원단은 실제보다 더 튼튼하고, 더 비싸고, 더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사실 구조적으로 보면 능직은 평직보다 덜 촘촘하다. 하지만 인간의 눈은 대각선에서 '완성도'를 읽는다. 능직은 기능과 환상이 절묘하게 타협한 조직이다. 실용성과 미적 만족을 동시에 노린, 가장 영리한 구조다.
주자직은 겉보기에 가장 매혹적이다. 실이 여러 올을 건너뛰며 표면에 길게 노출되기 때문에, 원단은 유리처럼 매끄럽고 빛을 흘린다. 흔히 말하는 '고급스러운 광택'은 대부분 주자직에서 나온다.
하지만 이 구조는 본질적으로 취약하다. 실이 길게 드러난 만큼 마찰에 약하고, 올이 쉽게 뜯기며, 손상되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 주자직 옷이 늘 조심스럽게 다뤄져야 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자직은 드레스, 예복, 무대 의상처럼 가장 특별한 순간을 위한 옷에 쓰인다. 기능적으로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선택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아름다움 때문이다.
주자직은 실용성을 포기하고 시선을 택한 구조다. 다시 말해, 인간이 옷에 투영한 욕망의 결정체다. 오래 입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억되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 그래서 주자직은 늘 조심스럽고, 늘 비싸며, 늘 불편하다.
평직, 능직, 주자직은 단순한 기술 용어가 아니다. 평직은 생존과 질서, 능직은 균형과 계산, 주자직은 욕망과 과시를 상징한다.
우리는 옷을 고르며 취향을 드러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어떤 구조를 허용할 것인지를 선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불편해도 각을 원할지, 편안함과 인상을 동시에 노릴지, 아니면 기능을 희생하고라도 아름다움을 택할지.
다음에 옷을 집어 들 때, 디자인보다 먼저 원단의 표면을 보자. 촘촘한 격자인지, 사선이 흐르는지, 아니면 빛이 미끄러지는지. 그 순간, 옷은 더 이상 ‘예쁘기만한 물건’이 아니라 분명한 성격을 가진 대상으로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조직을 알면, 옷은 더 이상 가볍지 않다. 그리고 한 번 보이기 시작한 구조는, 다시는 모른 척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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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진택 에이엠랩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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