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용의 '물류로 세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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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스 페이스페이 /사진=토스 |
얼굴 결제가 새로운 건 아니다. 신한카드가 2020년 한양대 캠퍼스에서 처음 선보였고, 네이버도 경희대 캠퍼스에서 '페이스사인'을 시범 운영했다. 그런데 왜 확산이 안 됐을까. 단말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얼굴 결제를 하려면 매장에 전용 단말기가 깔려야 한다. 그런데 그 단말기를 보급할 인프라가 없으면 서비스 자체가 그림의 떡이 된다. 토스는 이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풀었다. 페이스페이를 내놓기 전에 포스(POS, Point of Sales) 단말기부터 먼저 깔았다. 토스플레이스라는 자회사를 통해서 포스기를 전국 매장에 보급했고, 현시점 가맹점 30만 곳을 확보했다. 그 위에 페이스페이를 얹었다.
나이스정보통신 관계자는 "토스 단말기는 타사 단말기보다 훨씬 저렴하면서 페이스페이 서비스에 필요한 기본 기능을 모두 갖췄다"고 평가했다. 지금도 정가 26만 원짜리 단말기를 6만 원에 뿌리는 프로모션을 하고 있다. 인프라 선점을 위해 의도적으로 가격을 낮춘 것이다.
결과는 숫자로 나왔다. 2025년 2월 CU·GS25 편의점에서 정식 출시한 이후 5개월 만에 누적 가입자 100만을 넘겼고, 2026년 1월에는 200만을 돌파했다. 2025년 12월 MAU는 전월 대비 180% 급증했다. 단순히 가입만 한 게 아니라 실제로 쓰는 사람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페이스페이 결제 단말기를 공급하는 사업자는 토스와 네이버 둘뿐이다. 카카오도 오프라인 단말기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얼굴 결제는 지원하지 않는다. 단말기를 도입하려는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양자택일이다.
단말기는 수단, 목적은 따로 있다
토스 관계자에 따르면 토스의 MAU는 2,480만이다. 전국 30만 개 이상 매장에 단말기가 깔려 있고, 월 9천만 건 이상의 결제가 이뤄지고 있다. 이 숫자들이 연결되면 무슨 그림이 나오는지 생각해야 한다.
토스가 F&B·리테일 브랜드들에게 페이스페이 도입을 제안할 때 꺼내는 첫 번째 카드는 집객이다. 토스 결제창 안에는 페이스페이 단말기가 설치된 매장 지도가 있다. 혜택이 있는 곳으로 사람들을 유도하는 구조다. 첫 결제 시 3천 원 할인을 토스가 직접 부담하면서 신규 유입을 만든다. 스타벅스처럼 협상력이 있는 브랜드는 조건을 더 강하게 가져갔다. 커피 한 잔에 5천 원 할인이 붙으니 소비자가 굳이 페이스페이를 쓸 이유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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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스 페이스페이 사용혜택. 처음 결제하면 3000원, 결제할 때마다 3% 적립금 혜택을 지급한다. /출처=토스 |
두 번째 카드는 CRM이다. 토스에 따르면 20대 여성처럼 특정 세그먼트에서 페이스페이 사용 비중이 높다. 이걸 활용하면 타깃팅된 푸시 알림과 재방문 프로모션이 가능하다. 페이스페이를 이용하는 리테일러, F&B 업체 대상 커머스 솔루션 비즈니스로 확장 또한 가능하다.
세 번째 카드는 광고 수익이다. 최근 업데이트를 통해 매장주가 단말기 화면에 광고를 붙이고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모델이 추가됐다. 결제 단말기가 광고 매체가 되는 거다. 오프라인 채널이 광고판이 되는, 리테일 미디어 네트워크(RMN) 시대에 걸맞은 비즈니스다.
이게 카드사 입장에서 왜 위협일까. 카드사 관계자에 따르면 카드를 간편결제에 연동하는 순간 디테일한 결제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불가해진다. 'OO페이 결제' 데이터만 수집할 수밖에 없다. 토스 페이스페이가 시장을 장악하면 '오프라인 결제 데이터'를 독차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는 무궁무진하다.
네이버도 같은 목적을 다른 경로로 추구하고 있다. Npay 커넥트는 결제뿐 아니라 네이버 플레이스 연동, 리뷰, 쿠폰까지 단말기 하나로 묶었다. 네이버 플레이스를 주 영업 수단으로 쓰는 음식점·카페에서 특히 반응이 좋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Npay 커넥트 영업 연락이 꽤 많이 온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다음 격전지는 어디?
토스는 지금 편의점·카페를 넘어서 미용실, 헬스장, 학원, 병원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단말기를 보급하고 있다. 그리고 그 다음 격전지로 숙박이 거론된다.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 담당자는 최근 토스 포스기를 도입하면서 "결제와 적립 처리 속도가 빨라서 좋다. 토스가 숙박업소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개발하면 좋겠다"라며 "단말기로 무인 운영도 가능하지 않겠냐"고 밝혔다. 페이스페이가 숙박에 붙으면 신원확인, 추가 서비스 결제, 외국인 대응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다.
이 흐름이 가장 두려운 곳은 야놀자다. 야놀자는 숙박 예약 플랫폼으로 시작해 포스 및 키오스크 같은 솔루션 사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왔다. 토스와 구조가 겹친다. 근데 지금 야놀자는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글로벌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에 집중하는 중이고, 국내 가맹업주들 사이에서는 '방치하는 거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야놀자 음식점 포스 자회사인 야놀자에프앤비솔루션은 수익 악화로 네이버에 매각됐다. 국내 솔루션 사업에 공백이 생기고 있다는 신호다.
토스 관계자는 "오프라인 접점이 우리의 특장점"이라며 "토스를 매일 이용하는 사람들을 커머스로 끌어당기는 장치들이 연계될 때 비즈니스는 파괴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결제 인프라 선점이 오프라인 데이터 장악으로 이어지고, 거기서 업종별 솔루션 사업 확장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토스와 네이버가 지금 단말기 보급 경쟁에 이렇게 공격적으로 나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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