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용] 올리브영은 왜 제주에 물류센터를 지었나

발행 2026년 07월 21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엄지용의 '물류로 세상 보기'

 

제주에서 확장하고 있는 CJ올리브영의 오늘드림 서비스 /사진=CJ올리브영

 

CJ올리브영이 제주 애월읍에 515평 규모의 도심형 물류센터(MFC, Micro Fulfillment Center)를 열었다.

 

이 시설 하나로 제주 온라인 주문의 90%를 당일배송으로 소화할 수 있게 됐다. 기존 평균 3일이던 배송일은 반나절로 줄었고, 도서 산간 배송비 2,500원도 사라졌다. 취급 상품 수는 1만1,000종으로 늘었고, 연내 1만6,000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올리브영의 MFC 투자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당일배송 서비스 '오늘드림' 서비스를 선보인 뒤, 팬데믹으로 온라인 주문이 폭증하자 2021년부터 서울 강남을 시작으로 도심형 물류센터를 확충해 왔다. 이번 제주점을 포함해 현재 전국 25곳에서 MFC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오늘드림 배송 건수는 전국 기준 2,000만 건에 달했지만, 제주는 물류 인프라 한계로 연간 15만 건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전국 평균과 비교하면 제주가 그만큼 미개척 상태였다는 뜻이다.

 

올리브영의 이번 투자는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다. 이미 커머스 업계에서는 제주가 퀵커머스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었다. 이마트와 SSG닷컴은 지난 2월 '바로퀵' 거점을 전국 80곳으로 확대하며 제주에도 2개 거점을 추가했다. 쿠팡이츠 역시 3년 만에 재추진하는 퀵커머스 '쿠팡나우'의 테스트 지역으로 제주가 거론된다. 올리브영의 제주 MFC는 이 흐름 안에 놓인 카드다.

 

왜 하필 제주인가

 

수도권도 아닌 섬에서 여러 대형 유통사가 동시에 빠른 배송 인프라를 심는 이유는 무엇인가. 답은 제주의 물류 지형에 있다.

 

제주는 제주시를 중심으로 주문이 도심에 집중되는 구조다. 소수의 거점만으로도 제주도 전체로 봐도 밀도 높은 당일배송 권역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수도권 MFC가 안고 있는 난제인 비싼 도심 부동산과 분산된 수요 문제가 제주에서는 상대적으로 덜하다. 여기에 섬이라는 특성상 육지와 분리된 유통망이 굴러가고 있어, 쿠팡의 로켓배송 침투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카테고리가 아직 남아 있다.

 

요컨대 CJ올리브영과 같은 대형 유통사 입장에서 제주는 전국 확장의 일부가 아니라, 좁은 지리적 경계 안에서 수요와 배송 밀도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독립적인 실험장에 가깝다. 즉 제주 MFC 하나가 전국 MFC 대비 훨씬 적은 투자로 효율적인 서비스 수준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올리브영은 인프라 투자에 그치지 않고 모바일 앱에 '제주오늘드림' 전용 탭을 신설해, 당일배송 가능 상품과 제주 인기 상품을 한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오늘드림 상품 3,000원 할인 쿠폰도 함께 내놨다. 물류 인프라 확충과 앱 UX 변화, 프로모션을 동시에 움직이는 방식이다. 인프라만 깔아놓고 수요가 따라오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수요 자체를 적극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문제는 이 좋은 조건을 알아본 게 올리브영 하나가 아니라는 데 있다. 이마트와 SSG닷컴이 마트 거점 기반으로 이미 자리를 잡았고, 쿠팡 역시 제주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한 로켓배송 인프라를 기반으로 퀵커머스 레이어를 얹을 준비를 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리브영이 뷰티를 넘어 식품, 영양제, 생활용품까지 취급 카테고리를 넓히기로 한 결정도 이 경쟁 구도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서비스가 평준화되면 결국 승부는 신뢰할 수 있는 상품 큐레이션과 구색 확보, 브랜드 가치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퀵커머스 시장 규모는 약 5조 원대로 추산되며 연 6~8%대 성장이 예상된다. 배달의민족 B마트 매출도 2022년 5,130억 원에서 2025년 7,811억 원까지 꾸준히 늘었다. 시장 자체는 분명 커지고 있다. 다만 그 성장이 향할 곳이 수도권의 연장선인지, 아니면 제주 같은 예외적 지역의 발굴인지는 아직 결과치로 확인되지 않았다.

 

올리브영의 제주 MFC는 지역 도민을 위한 쇼핑 인프라 투자로 소개됐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여러 유통 대기업이 동시에 눈독 들이는 실험장으로서의 제주가 있다. 제주에서 검증된 모델은 다른 지역으로 이식될 수 있을까, 아니면 제주는 끝까지 예외로 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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