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근] AI는 늘었는데 왜 매출은 그대로인가

발행 2026년 04월 06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최석근의 '디지로그 2.0'

 

이미지=챗GPT

 

AI를 도입했는데도, 회사가 더 좋아졌다는 확신이 없다. 지금 패션업계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진짜 목소리다.

 

현장 이야기를 들어보면, 답은 늘 비슷한 곳에서 막힌다. "분위기는 만들어졌다. 뭔가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정작 매출이 늘었는지, 재고가 줄었는지, 의사결정이 빨라졌는지는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이 중요하다. 지금 많은 기업은 AI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AI를 성과로 번역하지는 못하고 있다. AI 활용의 목적과 방향성, 그리고 무엇을 결과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흐리기 때문이다.

 

첫째, 지금 기업들이 가장 많이 빠지는 함정은 AI를 '열심히 쓰는 것' 자체를 성과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마케팅팀은 카피 초안을 더 빨리 만들고, 디자인팀은 이미지 레퍼런스를 더 빠르게 만들고, MD팀은 시장조사 자료를 요약해서 받아본다. 보고서나 회의 자료 준비 속도도 눈에 띄게 빨라진다. 여기까지는 맞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질문은 그 다음이다. 그래서 무엇이 좋아졌는가? 상품 적중률이 높아졌는가? 리오더 판단이 빨라졌는가? 반품 사유를 더 빨리 잡아냈는가? CRM 전환율이 올라갔는가? 이 질문 앞에서 많은 조직이 조용해진다. 왜냐하면 아직 상당수 기업의 AI 활용은 업무를 조금 편하게 만드는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아웃풋 결과물이 문서, 초안, 아이디어 수준에서 끝나고, 경영 성과로 이어지는 구조 설계까지는 가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둘째, 현업의 체감과 경영진의 기대 사이에 간극이 여전히 크다. 경영진은 "AI를 활용해서 생산성을 높여보자"고 말한다. 맞는 방향이다. 하지만 현업 실무자는 이렇게 말한다. "생산성은 조금 높아진 것 같은데, 해야 할 일은 더 많아졌어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AI가 한 번 절약해 준 시간을 기업이 다시 전략적 업무에 재배치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많은 보고, 더 많은 검토, 더 많은 실행 요청으로 채워 넣기 때문이다. 실무자 입장에서는 AI 때문에 일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AI를 쓰는 일까지 추가된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AI가 현업에 자리 잡으려면 '도구를 쓴다'가 아니라 '업무 흐름이(프로세스가) 바뀐다'는 경험이 먼저 와야 한다. 이 체감 전환이 없으면 AI는 금방 유행성 캠페인처럼 소비되고 실무 적용에는 실패하고 만다.

 

셋째, AI를 단순한 보조 도구가 아니라 AI Agent 관점에서 봐야 한다. 여기서 실무 적용의 수준이 갈린다. 기존의 범용 생성형AI가 질문을 잘 받아주는 똑똑한 사원이었다면, AI Agent는 목표를 이해하고 여러 단계를 이어 실제로 일을 굴리는 실행형 인력에 가깝다. 패션 기업에서는 이 차이가 매우 크다. 예를 들어 MD 업무를 보자. 지금까지는 검색량 변화, 판매 추이, 경쟁사 동향, 리뷰 키워드, 날씨 변수, 재고 회전 데이터를 각각 따로 보고 사람이 머릿속에서 조합해야 했다. 그런데 AI Agent를 붙이면 이 여러 데이터를 한 번에 연결해 다음 2주 안에 어떤 아이템을 추가 생산하거나 리오더 검토해야 하는지를 우선순위로 제안할 수 있다. 이건 단순 요약이 아니다. 현업의 판단 속도를 실질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지금 많은 브랜드가 AI로 카피를 쓰고 이미지를 만든다. 그런데 거기서 멈추면 절반밖에 못 간다. AI Agent는 캠페인 성과를 보면서 고객군별 반응 차이를 분석하고, 어떤 세그먼트에는 혜택형 메시지가 맞고 어떤 세그먼트에는 신상품 강조형 메시지가 더 맞는지를 제안할 수 있다. CRM에서도 반복 문의 자동응답 수준을 넘어, 불만 유형을 묶고 그 원인이 상품인지 배송인지 정책인지 역으로 현업에 전달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때부터 AI는 도구가 아니라 실무 파트너가 된다.

 

그렇다면 패션 기업은 무엇부터 해야 할까? 필자는 거창한 전사 혁신보다 현실적인3단계 접근을 제안한다.

 

첫째, 매출과 직결되는 과제 하나만 정해서 시작해야 한다. ‘우리도 AI 해보자’는 가장 위험한 출발이다. 대신 '신상품 판매율을 5% 높이자', '반품률을 2%포인트 낮추자', '리오더 판단 시간을 절반으로 줄이자'처럼 숫자로 측정할 수 있는 목표를 먼저 잡아야 한다. 그래야 AI가 행사성 이벤트가 아니라 비즈니스 프로젝트가 된다.

 

둘째, AI Assistant와 AI Agent를 구분해야 한다. 초안 작성, 번역, 요약, 정리는 Assistant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데이터 수집, 기준 적용, 우선순위 정리, 액션 제안까지 이어져야 하는 업무는 Agent로 설계해야 한다. 이 둘을 섞어버리면 회사는 AI를 많이 쓴다고 느끼지만, 현장은 여전히 사람이 마지막에 다 이어 붙이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셋째, 사람의 역할을 재정의해야 한다. 앞으로 실무자는 정보를 옮기고 정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AI가 정리한 결과를 읽고 판단하고 실행 우선순위를 정하는 사람으로 바뀌어야 한다. 특히 중간관리자의 역할 변화는 더 크게 올 가능성이 높다. 보고를 위한 보고, 회의를 위한 회의, 전달을 위한 전달은 AI Agent가 본격적으로 들어오는 순간 가장 먼저 흔들릴 영역이다. 결국 앞으로 패션 비즈니스에서 더 중요해지는 것은 직급이 아니라 실행력, 관리가 아니라 판단력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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