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근] AI 시대의 관리자 (상)

발행 2026년 06월 01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최석근의 '디지로그 2.0'

 

이미지=챗GPT

 

'거대한 수평화(The Great Flattening)'라는 말이 있다. 조직의 계층이 줄고, 지식의 격차가 좁아지고, 보고와 조정 중심의 일이 AI에 의해 빠르게 대체되는 현상을 뜻한다.

 

처음에는 미국 테크 기업들만의 이야기처럼 보였다. 하지만 숫자는 이미 방향을 말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중간관리자 채용 공고가 전년 대비 12.3% 줄었고, 관리자 1명이 담당하는 직원 수는 2024년 10.9명에서 12.1명으로 늘었다. 더 놀라운 것은 관리자 97%가 관리 업무 외에 실무형 개인 기여 업무까지 함께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코인베이스 CEO는 "순수 관리자(pure managers)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관리자 역할을 '플레이어 코치(player-coach)'로 재정의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 역시 최근 "관리만 하는 관리자는 AI 시대에 가장 먼저 위험해질 수 있다"는 흐름을 짚었다. 이 변화는 단순한 구조조정이 아니다. '관리'라는 직무 자체가 재정의되고 있는 것이다.

 

패션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더 민감할 수 있다. 패션 비즈니스는 기획, 디자인, 소싱, 생산, 물류, 마케팅, 영업, 매장 운영이 촘촘하게 연결된 프로세스 비즈니스다. 그런데 이 과정에는 여전히 보고를 위한 보고, 회의를 위한 회의, 엑셀을 옮겨 적는 일, 매장 의견을 취합만 하는 일, 시즌별 숫자를 정리만 하는 일이 적지 않다.

 

AI가 가장 먼저 파고드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정보를 모으는 일, 정리하는 일, 반복해서 비교하는 일, 보고서 초안을 만드는 일, 여러 부서 사이의 조정 메일을 쓰는 일 등 과거에는 이런 일이 ‘관리 역량’으로 보였다. 이제는 AI가 더 빠르고, 더 넓게, 더 지치지 않고 수행할 수 있는 일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패션 조직에서 관리자는 사라져야 하는가?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사라지는 것은 관리자가 아니라 '관리만 하는 관리자'다. 살아남고 성장하는 사람은 관리자가 아니라 실행자이자 코치, 즉 '플레이어 코치형 리더'다.

 

얼마 전 패션협회가 주최한 2026 글로벌 패션 포럼에서 BCG 컨설팅회사 대표가 강조한 'AI 전환 승자를 가른 다섯 가지 차이' 중 필자가 특히 주목한 것도 이 대목이었다.

 

최고경영진의 직접 진두지휘, 기술 도입이 아닌 일하는 방식의 재설계, 그리고 기술은 30%, 사람과 프로세스가 70%라는 관점이다.

 

BCG 역시 AI 전환의 핵심을 알고리즘 10%, 기술과 데이터 20%, 사람과 프로세스가 70%라는10-20-70 원칙으로 설명한다.

 

결국 AI 전환의 승부처는 기술 부서가 아니라 현업이고, 도메인 지식이 아닌 프로세스다. 그리고 그 프로세스를 실제로 움직일 줄 아는 사람이다.

 

패션은 시스템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복종별 특성, 브랜드별 성장 단계, 판매 채널, 생산 리드타임, 시즌 운영 방식, 조직문화가 모두 다르다. 그래서 패션의 변화관리자는 단순한 관리자일 수 없다. 현업 언어를 알고, 숫자를 읽고,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사람을 움직이는 컨설팅 플레이어이자 조직의 오케스트레이션을 맡는 지휘자여야 한다.

 

이 지점에서 AI 시대 패션 조직의 핵심 질문이 바뀐다. "AI를 어디에 도입할 것인가?"가 아니라, "AI와 사람이 어떤 의사결정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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