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필호] 가깝고도 멀었던 韓日, 인접 확장 시장으로

발행 2026년 07월 09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신필호의 '넥스트 이커머스'

 

'젤라또피케' 한남 플래그십 매장의 오픈 당시 모습

 

일본 시장은 전통적으로 한국 브랜드에 가깝지만 어려운 시장으로 여겨져 왔다.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소비자 취향과 사업 방식이 많이 다르며, 따라서 사업적 신뢰 구축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인식이다. 그래서 많은 브랜드들이 일본을 중요한 시장으로 생각하면서도 실제 진출에는 조심스러웠다.

 

최근의 상황을 보면 일본 시장을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는 일본이 갑자기 성장하는 시장이 되었기 때문은 아니다. 일본은 대표적인 성숙 시장으로 인구 구조나 소비 환경 등의 관점에서 대표적인 동남아시아 국가처럼 구조적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한국과 일본 사이의 거리감이 예전보다 훨씬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과거 일본은 한국보다 앞선 소비시장이라는 인식이 강해 쉽게 넘보기 어려운 시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양국의 소득 수준, 소비 문화, 라이프스타일의 차이가 많이 줄었다. 양국의 1인당 명목 GDP는 3.7만 달러 전후로 비슷하고 사회적인 환경도 높은 도시화율이나 고령화율 등 유사성이 높다.

 

아울러 양국 간 여행 교류가 크게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은 서로의 시장을 더 자연스럽게 경험하고 있다. 2025년 한국에서 일본, 일본에서 한국을 오간 합산 방문객 수는 약 1,300만 명 수준까지 늘어났다. 한국 소비자는 도쿄의 편집숍, 드럭스토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경험하고, 일본 소비자는 서울의 성수동, 한남동, 더현대 서울과 같은 공간에서 한국 브랜드를 접한다. 이제 양국 소비자는 단지 서로를 아는 것이 아니라, 실제 공간과 상품 경험을 통해 서로를 경험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동남아시아 경제권을 떠올리게 한다. 동남아시아는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여러 국가로 나뉘어 있고 언어와 제도 등은 다르지만, 경제적/사업적인 관점에서는 하나의 확장 시장처럼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싱가포르에서 인기를 얻은 브랜드가 주변 국가로 확산되고, 어느 한 국가에서 생긴 소비 트렌드가 소셜미디어와 이커머스를 통해 다른 국가로 이동한다. 물론 한국과 일본이 당장 그 정도로 하나의 시장처럼 움직일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과거보다는 훨씬, 연결된 시장으로 바라볼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양국 간 B2C 기업의 진출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변화의 사례이다. 마뗑킴과 마르디메르크디의 일본 플래그십 매장에는 많은 고객이 방문하고 있고, 더현대 글로벌과 같은 다양한 한국 브랜드의 일본 진출 플랫폼 사업도 등장했다. 반대의 방향에서도 일본 패션 브랜드인 젤라또피케나 마우지, 뷰티·퍼스널케어 브랜드인 앤드허니와 보타니스트 같은 인지도 높은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넓히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 음료 기업인 이토엔 역시 최근 성수동 팝업을 통해 한국 소비자와 직접 만났다. 결국 지금의 변화는 한쪽 방향의 진출이 아니라 양방향의 흐름이다. 브랜드들은 새로운 소비자를 찾고, 소비자들은 여행과 콘텐츠를 통해 이미 서로의 브랜드를 접하고 있다.

 

이제 일본은 한국 브랜드에게 막연히 크고 어려운 해외 시장이 아니라, 아직은 조금 느슨하지만 소비자 경험과 브랜드 이동이 밀접한, 인접한 확장 시장이다. 성장률보다 중요한 것은 연결성이고, 시장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반복해서 시도할 수 있는 진출 구조다. 그러나 이는 일본 시장을 쉽게 봐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일본은 여전히 진입이 쉽지 않은 시장이다. 현지 파트너와의 신뢰, 상품의 완성도, 세밀한 커뮤니케이션, 꾸준한 운영이 필요하다. 단기간에 성과를 만들겠다는 접근보다는, 우리 브랜드가 일본 소비자에게 어떤 이유로 선택될 수 있는지 차분하게 설계해야 성공할 수 있다.

 

신필호 인덴트코퍼레이션 C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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