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주] 글로벌에서 오래 가는 브랜드는 '공간'을 경영한다

발행 2026년 08월 26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김형주의 '공간 경영'

 

AI 생성 이미지

 

K-브랜드의 해외 진출은 더 이상 '수출'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방콕 센트럴월드의 K-브랜드 쇼케이스, 도쿄 시부야에서 시작된 정규 리테일숍, 북미 세포라 매장과 온라인을 통한 K-뷰티 큐레이션 확장에 이어 최근에는 롯데홈쇼핑이 LA 대표 쇼핑몰 '더 그로브(The Grove)'에서 국내 중소 뷰티/라이프스타일 39개 사와 팝업을 운영하며 '공동 진출' 모델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 흐름이 말해주는 건 분명하다. 글로벌 소비자가 있는 곳으로 들어가는 방식이 단독 브랜드 중심→ 플랫폼/유통사 주도 공동 팝업→ 성과 기반 정규 매장/플래그십→ 신흥시장까지 다국가 확장으로 진화 중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여정의 공통 분모는 언제나 공간(입지/매장/운영거점)이다.

 

팝업의 다음 단계 '정규화'부동산의 전략화

 

해외 팝업은 반응을 확인하는 가장 빠른 방식이다. 하지만 성과가 나면 곧 질문이 바뀐다. 즉, 이 상권에서 한 번 더 진행할지, 팝업을 정규 매장으로 전환할지, 나아가 인근 동네 또는 타 도시로 확장할지를 판단해야 한다.

 

특히 최근처럼 유통사(홈쇼핑/백화점/뷰티 플랫폼)나 정부/기관(진흥원/연구원) 지원을 통한 해외 팝업이 늘어나면서, 브랜드 실무자가 마주하는 현실은 이렇다. "우리는 참여사 중 하나지만, 성과가 나면 결국 '우리 브랜드만의 공간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이때부터 해외 부동산은 비용 항목이 아니라 성장 옵션을 설계하는 전략 변수가 된다.

 

해외에서 부동산 이슈에 민감해지는 이유

 

K-뷰티는 체험이 핵심이다. 테스터 및 시연 운영, 조명과 거울 구성, 샘플과 재고 관리, 매장 후면 공간 동선은 매출 전환과 직결된다. 세포라, 울타 같은 채널을 동시에 공략하거나, 정부 연계 팝업(바이오USA 연계 행사 등)처럼 포맷이 다양해질수록 매장 사양이 케이스 별로 달라진다.

 

K-패션은 동선과 시야가 매출을 만든다. 같은 몰이라도 정면 노출도, 유동 동선, 인접 핵심 임차인 구성에 따라 성과와 콘텐츠 확산력이 달라진다. 패션은 결국 '사진이 잘 나오는 공간'을 넘어, 브랜드의 문법이 구현되는 무대가 필요하다.

 

시장이 넓어질수록 '실무 난이도'는 상승

 

최근 K-뷰티는 미국, 유럽을 넘어 멕시코, 인도, 중국 등 신흥시장까지 전선을 넓히고 있다. 코스맥스, 코스메카 등 ODM 기업은 글로벌 전시회로 기업간 거래(B2B) 접점을 확장하고, 보건산업진흥원, 화장품산업연구원 등 기관도 해외 팝업, 한류박람회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브랜드사 역시 현지 유통망 입점과 콘텐츠 커머스를 병행하며 속도를 높인다.

 

브랜드 실무자 입장에서는 진출 국가와 채널이 늘어날수록 복잡도가 급격히 상승한다. 국가별 계약 관행과 규정 차이가 커지고, 중개사·법무법인·설계·시공·몰 운영사 등 파트너가 늘어나며, 오픈 일을 둘러싼 일정과 공사비·운영비 등의 비용 변동성도 확대된다.

 

그래서 해외 사업의 공식은 결국 '잘 되는 나라를 더 하는 것'이 아니라, 리스크를 통제하며 반복 가능한 방식으로 확장하는 방식이 된다.

 

해외 팝업, 정규 매장, 플래그십스토어 개설을 추진할 때 브랜드 실무자용 체크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목표·포맷 정의

이번 진출의 1차 목표가 인지도 제고인지, 매출 확보인지, 바이어 및 유통사 발굴인지, 시장 테스트인지, 콘텐츠 확보인지 등을 우선 명확히 해야 한다.

 

입지·상권 검증

타깃 고객이 실제로 그 장소에 존재하는지부터 검증해야 한다. 로컬 고객과 관광객 비중, 연령과 소득 수준, 체류시간, 요일·시간대별 유동 특성이 데이터 또는 현장 관찰을 통해 확인돼야 한다.

 

비용·수익 구조

임대료만이 아니라 총 점유 비용을 산정해야 한다. 여기에는 관리비, 공용부담금, 마케팅 분담금, 보증금, 보험, 세금, 카드수수료, 매출 연동 임대료, 원상복구 비용 등이 포함된다.

 

계약 핵심 조항

철수 전략과 옵션이 설계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조기 해지 조항, 갱신 옵션, 추가 공간 옵션, 우선협상권, 위약금 및 페널티 구조 등이 대표적이다.

 

오픈 실행(공사·인허가·운영)

오픈일까지의 핵심 일정 경로가 관리되고 있어야 한다. 인허가 및 몰 승인(도면·사인·소방 등)의 진행 상태를 추적하고, 설계·시공 범위와 책임 구분이 명확한지 확인해야 한다.

 

K-뷰티와 패션의 글로벌 확장은 분명 트렌드다. 하지만 오래 가는 브랜드는 트렌드를 '사건'이 아닌, '시스템'으로 만든다. 공동 팝업 참여든, 메이저 유통채널 공략이든, 신흥시장 확장이든 결국 다음 단계는 브랜드가 통제 가능한 공간의 운영 모델을 갖추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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