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경] 패션업계의 '갑질', 악마는 아직도 프라다를 입는다

발행 2026년 05월 25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이재경의 '패션法 이야기'

 

이미지=챗GPT

 

2006년 패션계에 많은 울림을 안겨준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등장했을 때만 해도 패션은 문외한에게조차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럭셔리 스포트라이트의 뒷면에 숨어있는 모습들은 잘 보이지 않았고, 그림자보다는 빛이 더 많았다. 그 사이 패션산업의 수많은 빌런들의 민낯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그 화려한 겉껍질도 한두꺼풀 벗겨져갔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의 속편이 20년 만에 세상의 빛을 보면서 우리는 또다시 패션 사회에 숨어 있는, 아니 대놓고 갑질하는 악마들을 되돌아본다. 악마는 아직도 프라다를 입는다.

 

거창하게 상생을 논할 필요도 없다. 당장, 해외의 명품 브랜드들은 줄기차게 절대강자로 군림해 왔다. '샤넬', '루이비통'을 비롯한 명품 브랜드들은 예나 지금이나 슈퍼갑이다. 백화점에서는 명품 브랜드를 유치하기 위하여 쩔쩔맬 수밖에 없다. 브랜드들은 자신의 요구 사항이 수용될 때까지 영업을 중단하기 일쑤이며,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좀 지난 일이지만, 갤러리아 명품관에서 명품 브랜드들의 영업 중단 사태가 장기화되던 시절은 갑을 관계에서 그저 당할 수밖에 없었던 백화점을 포함한 국내 업계와 우리 소비자들의 슬픈 자화상이었다. 그만큼 명품 브랜드는 백화점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VIP 유치와 관리, 총매출, 백화점 이미지를 좌우하기 때문에 명품 브랜드에 끌려다닐 수 밖에 없다. 오래전부터 악마는 프라다를 마음껏 입고 다녔던 셈이다.

 

당시 명품 브랜드 매장이 잠시 문을 닫은 표면적인 이유는 매장 앞에 설치한 경쟁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가 매장 가시성과 브랜드 경험을 훼손한다는 것이었지만, 결국 입점 조건을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한 일종의 으름장이었던 것이다. 협상 중에 갑자기 영업 중단하던 전례는 슈퍼 히어로 영화의 웬만한 빌런도 혀를 내두를 것이다. 이는 아직까지도 많은 거래 협상에 있어 백화점을 비롯한 지위의 사업가에게는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신세계백화점은 특정 명품 브랜드의 단독 건물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해당 브랜드의 요구사항과 경쟁 브랜드의 강력한 민원으로, 그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못하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특정 브랜드에 대한 특혜라고 주장하면서 어떤 브랜드는 신세계백화점 전 점에서 자신의 매장을 빼겠다고 압박하기도 했고, 그 와중에 어떤 브랜드는 브랜드 간 형평성을 요구하며 복층 매장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아수라판이 따로 없다.

 

명품 브랜드 갑질의 불똥은 소비자에게도 튀었다. 고객리스트 관리라는 미명 하에 일정한 액수의 매출을 올려준 고객에게만 특정 아이템의 매입을 허용하는 악습은 모두에게 널리 알려진 팩트다.

 

이제는 아예 백화점으로 가기조차 두려운 세상이다. 백화점 명품 매장을 들어가려고 줄을 서야 하는 것도 짜증나는데, 이제는 고객과 동행인의 이름,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엄연히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배된다.

 

보다못해, 참다못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샤넬코리아에 과태료 360만 원을 부과했다. 샤넬코리아는 1인당 한정된 구입 물량을 넘는 대리구매를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해명했지만,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하지 않은 고객에 대한 서비스 제공을 거부한 행위까지 모두 실정법 위반으로 판명되었다.

 

악마는 아직도 프라다를 입고 있다. 아니 프라다 뿐 아니라 샤넬, 구찌, 루이비통을 돌아가면서 다 입는다. K패션의 길은 멀고 험하다. 갑질 악마로부터 벗어나는 그 날을 기다린다.

 

 



< 저작권자 ⓒ 어패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카카오톡 채널 추가하기 버튼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지면 뉴스 보기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