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민] AI는 새로운 디자이너가 될 수 있을까

발행 2026년 05월 28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양지민의 '법대로 톡톡'

 

이미지=챗GPT

 

최근 패션업계에서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디자인 작업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디자이너가 직접 스케치를 하고 원단과 패턴을 수정하며 오랜 시간에 걸쳐 컬렉션을 준비했다면, 이제는 몇 줄의 문장만 입력해도 AI가 순식간에 런웨이 콘셉트 이미지와 의상 시안, 패턴 디자인까지 만들어내는 시대가 되었다.

 

실제로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은 광고 캠페인과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AI 이미지를 활용하기 시작했고, 신진 디자이너들 역시 아이디어 스케치 단계에서 생성형 AI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패션 산업 역시 AI 기술의 흐름을 피해 갈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변호사 업계에서도 어쏘 변호사 한 명을 고용하기보다 AI를 통한 판례 검색이나 법적 쟁점 검토 등이 이루어지는 추세인 걸 감안하면, 모든 업계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질수록 법은 새로운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AI가 만든 패션 디자인의 ‘창작자’는 누구일까. 그리고 AI는 과연 새로운 디자이너가 될 수 있을까.

 

현행 저작권법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창작 행위를 전제로 한다. 우리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보고 있으며, 이는 결국 저작권의 주체 역시 인간이어야 함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사람이 거의 개입하지 않은 채 AI가 자동으로 생성한 결과물에 대해서는 저작권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현재로서는 우세하다.

 

실제로 미국 저작권청(U.S. Copyright Office)은 AI가 독자적으로 생성한 이미지에 대해 저작권 등록을 거부하면서 ‘인간의 창작성(human authorship)’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국내에서도 아직 AI 저작물에 대한 명확한 판례는 많지 않지만, 현재의 법 체계와 해석론상 순수 AI 생성물에 독자적인 권리를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다수다.

 

다만 현실의 창작 과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생성형 AI는 사용자가 어떤 프롬프트를 입력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특히 패션 디자인 분야에서는 디자이너의 콘셉트 설정, 색감 조정, 실루엣 수정, 소재 선택, 후반 편집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결국 AI가 완전히 독립적으로 창작을 수행했다기보다는, 인간 디자이너가 AI를 하나의 창작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 역시 가능하다.

 

예를 들어 '1980년대 빈티지 무드와 미래적 실루엣이 결합된 블랙 트위드 재킷'이라는 프롬프트를 입력하더라도, 어떤 이미지를 선택하고 수정하며 최종 결과물로 완성할 것인지는 결국 디자이너의 판단과 감각에 달려 있다. 즉, AI는 창작을 보조하는 도구가 될 수는 있지만, 현재 단계에서 인간 디자이너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패션 산업은 원래부터 저작권 보호가 쉽지 않은 분야였다. 의류는 기능성과 실용성이 강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단순한 옷의 형태만으로는 저작권 보호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고, 대신 로고는 상표권으로, 독창적인 패턴이나 그래픽은 저작권으로, 상품의 전체적인 외관은 부정경쟁방지법으로 보호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문제는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이러한 경계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AI는 기존의 방대한 이미지와 디자인 데이터를 학습해 새로운 결과물을 생성한다. 이 과정에서 유명 브랜드의 디자인이나 디자이너 작품이 학습 데이터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인터넷상에서는 '샤넬 스타일의 재킷', '에르메스 감성의 가방', 'OO 브랜드 느낌의 럭셔리 드레스' 같은 프롬프트가 흔하게 사용되고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법적 쟁점은 두 가지다.

 

첫째는, AI가 기존 디자인을 학습하는 행위 자체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둘째는, 특정 브랜드의 '스타일'이나 '감성' 자체를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지 여부다.

 

그러나 법은 아직 이 질문들에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지 생성 AI와 관련한 집단소송이 이어지고 있고,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과 AI 개발사 사이의 분쟁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이미지 제공업체 게티이미지(Getty Images)는 AI 학습 과정에서 자사 이미지가 무단 사용되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는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창작자 권리와 산업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패션 산업은 원래부터 ‘영감’과 ‘모방’의 경계가 흐릿한 분야였다. 유행은 반복되고, 특정 시즌의 트렌드는 수많은 브랜드를 통해 재해석된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그 속도와 범위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가능성이 있다. 몇 초 만에 수천 개의 디자인 시안을 생성할 수 있는 시대에서, 기존의 저작권 체계만으로 창작자의 권리를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 역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AI 시대의 패션 산업은 단순히 ‘누가 더 아름다운 디자인을 만드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는 어떤 창작을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 그리고 인간과 AI의 협업을 어디까지 법적으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필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AI는 권리를 가질 수 없기 때문에 AI의 창작에 대하여 누가 권리 주장을 하게 될 것인지도 문제다.

 

결국 AI 시대를 반영한 법률의 수정을 통해 권리 보호를 더욱 두텁게 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즉, 우리는 AI 시대의 새로운 창작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답해야 하는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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