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삼] AI시대, 마케터에게 필요한 역량

발행 2026년 02월 08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최낙삼의 '포스트 리테일'

 

 

바야흐로 AI의 시대다. 2026년은 '생활 속 AI'라는 말이 체감되는 첫 해다. 이제 어떤 문제든 AI에 질문만 하면 분석과 추천, 예측이 단 몇 분이면 끝나는 시대다. 각 회사들이 내놓는 무료 버전만으로도 훌륭하다. 이제 일의 핵심은 '얼마나 자동화했는가'가 아니라 '어디에 얼마나 사람이 개입하는가'를 따지는 시대다. 이미 일터에는 정보를 얻기 위해 키워드를 넣어 보고, 통계자료와 데이터를 얻기 위해 구글링을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회사에서는 아예 보고서나 제안서를 받을 때 AI를 참고하지 말라는 주의를 달아야 하는 정도다. 조금만 AI의 도움을 받으면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이러한 변화는 마케터에게도 큰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마케팅 업계에 끼치는 영향도 크다. 기업에 속한 마케터의 역할과 직무, 나아가 일자리의 변화까지 축소되거나 대체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비교적 정형화된 마케팅을 수행해 왔던 기업들은 인력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이런 시대에 마케터는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 할까?

 

오랫동안 기업의 마케터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과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었다. 이 능력을 바탕으로 데이터 분석과 리터러시(Literacy)를 통해 각 채널에 맞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여 그 결과물을 매개로 타깃고객과 관계를 맺는 소통력과 협업 능력이 그의 자리와 연봉을 결정했다.

 

마케팅이란 브랜드와 고객을 연결하는 일이고 마케터는 그 일을 하며 기업과 브랜드가 가진 철학을 고객이 바라는 기대와 견주며 묻고 답함으로써 고객의 구매 선택을 이끌어내는 설득자다. 그동안 소비자들의 변화에 따라 트렌드에 맞게 퍼포먼스 마케팅, 콘텐츠 마케팅, CRM 마케팅이나 프로모션 등 다양한 형태로 해결하려고 했던 공통된 하나의 목표는 마케팅의 결과물로 고객을 설득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AI의 보편화로 인해 기업들은 그동안 드러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과연 고액의 연봉자를 통해서만 가능한 일인지에 대한 회의를 하기 시작했다. 광고는 머신러닝이 돌려주고 광고 콘텐츠는 AI가 기획부터 생성까지 한 번에 끝내준다. 마케팅 툴에서는 적절한 운영 방법을 제안해 주고 CRM도 점점 자동화가 진행되고 있다. 마케터의 경험과 판단이 필요했던 일들이 점차 사람의 개입이 없이도 굴러가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AI시대에 마케터에게 진짜 필요한 역량은 이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아니라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 능력이다. '문제 해결적' 사고보다. '문제 발굴적' 사고가 더 중요해졌다. 공감하는 바와 같이 광고나 콘텐츠, CRM 같은 마케팅 결과물들, 즉 마케터가 하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만드는 영역은 AI가 인간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다. 할루미네이션(Hallucination)이 없을 수 없지만 프롬프트와 가드레일, RAG, 마케터의 검수로 예방할 수 있고 자체적인 정확도도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질문을 할 것인지,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 어떤 것이 브랜드나 기업의 성장을 실제로 가로막고 있는지, 가로 막을 개연성이 있는지에 한 질문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따라서 2026년의 마케터는 ‘질문을 제대로 던질 수 있고 명확한 질문을 할 수 있는 능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동안 마케터들은 개인의 직관과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의 성과와 성장을 만들어 왔다. 이는 세월에 따른 경험의 누적과 공부를 통한 정보량의 차이가 만들어낸 일종의 비대칭 정보(Asymmetric Information)에서 비롯됐다. 마케터들이 더 종은 대우와 평가를 받았던 이유도 다양하고 빠른 정보와 경험의 격차로 전문성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구조가 LLM기반의 AI로 인해 무너지고 있다. 이제는 AI가 웬만한 전문가보다 더 논리적이고, 더 다양한 관점으로, 편향 없이, 훨씬 더 통합적인 의견을, 빨리 제시한다. 당장 우리 중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어떤 특정한 문제에서라도 챗GPT나 제미나이보다 더 빠르고 더 정확하고 더 논리적으로 답변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면 등골이 서늘해짐을 부인할 수 없다.

 

제기된 문제에 대한 답을 내리는 영역은 AI가 사람보다 더 대답을 더 잘 제시하는 시대가 됐다. 따라서 앞으로 마케터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능력은 문제에 대하여 ‘답을 잘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구성하고 이유를 추정하여 ‘좋은 질문을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무엇'에 대한 질문을 가져야 하는지, 앞으로 무엇이 문제가 될 수 있을지, '왜' 이 질문이 중요한지와 같은 질문들이 브랜드와 고객의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능력이 2026년의 마케터들에게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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