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삼의 '포스트 리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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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 라이플 커피 |
2022년 말 대한민국 내 커피전문점 수는 10만 729개로 10만 개를 돌파했다. 이는 치킨집과 편의점 수를 넘어선 것으로 6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저가 프랜차이즈 카페의 확장이 전체적인 카페 수 증가를 주도했는데, 지금도 이 시장은 1년에 만개 이상이 새로 생기고 사라질 정도로 치열하다. 3년 이상 살아남은 카페의 생존율은 50%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에서도 수많은 카페들이 생기고 없어진다.
그런데 미국에 '애국 보수'라는 콘셉트로 사업을 시작해 2025년 예상 매출이 최소 3억 9,500만 달러(5,000억 원 이상)에 이르는 카페가 있다. 2022년에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도 했다. 특수부대 출신의 퇴역 군인이 설립한 브랜드 '블랙 라이플 커피(Black Rifle Coffee Company, BRCC)'다. BRCC는 미 육군 특수부대(그린베레) 출신인 에반 하퍼(Evan Hafer)가 2014년 유타주에서 설립한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다.
에반은 해외 파병 시에 군인들에게 지급되는 저품질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는 것이 싫어 직접 로스팅한 블렌드나 에스프레소 머신을 가지고 다닐 정도로 커피에 진심이었다. 그는 질 좋은 커피를 마시는 것이 파병지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했고, 질 좋은 커피는 부대원들의 사기를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었다. 20년 동안 특수부대원과 CIA 계약직으로 근무했던 그는 아프가니스탄 파병 중에 직접 로스팅한 커피를 동료들과 나눴던 추억을 잊을 수 없었다. 퇴역 후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카페를 구상하던 그는 카페에 사격장, 총기 판매점을 결합한 독특한 공간을 구상하게 되었다. 그는 자연스럽게 함께 했던 참전 용사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그들을 지원하는 것을 카페 운영의 목표로 삼게 되었다.
초창기 BRCC의 타겟은 군인, 참전용사들, 총기 애호가들이었다. 첫 제품인 저스트 블랙은 군복무 시절 커피의 크림이나 설탕을 넣지 않고 마시던 군대식 문화에서 착안했다. 단순한 카페가 아닌 군인 정신을 공유하는 공간이 된 것이다.
군대 콘셉트의 카페는 누구나 조금만 고민하면 기획할 수 있다. 하지만 밀덕들이 어떤 커피를 선호하는지, 어떻게 커피를 소비하는지는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절대로 알 수 없는 정보들이다.
BRCC가 동네의 특이한 카페를 벗어나 연 매출 5,000억 브랜드가 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온라인 덕분이었다. 카페를 함께 운영하던 케이트는 온라인 판매에 대해 회의적이었지만 에바는 해외 파병 중에도 좋은 커피를 찾는 군인들이 많았고 자신이 로스팅한 커피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온라인 판매에 대해 확신을 가졌다. 그는 군인들이 일반적으로 더 강한 보수 성향을 보인다는 것을 간파하고 보수적인 성향의 소비자들이 모여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찾아 타겟 광고를 진행했다. '미국을 사랑하는 당신을 위한 커피'라는 슬로건은 즉각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는 댓글로 적극적인 소통을 하여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 뾰족한 타겟팅과 명확한 메시지가 온라인을 통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빠르게 판매량이 증가하자 BRCC는 보수적이며 애국주의 성향을 가진 일반 사람들로 타겟을 넓혔다. 그들의 목표는 '미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확장됐다.
BRCC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제품은 물론 웹디자인, 폰트, 로고, 패키지 등 다양한 요소에 군대 문화를 연상하게 하는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구축했다. 군대와 관련된 듯한 문양, 군대스러운 스타일의 폰트, 화기(火器)의 이름을 활용한 제품명 등으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며 고객과의 공감대를 강화했다. 이러한 결정은 강한 미국을 지향하는 트럼프 정부와 흐름을 같이하며 보수 성향의 미국인들을 자연스럽게 소비자로 만들 수 있었고 단순히 마시는 커피 브랜드가 아닌 애국 보수를 상징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되었다.
미국에서도 기업가가 정치색을 밝히는 것은 브랜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BRCC는 스몰 브랜드로서 정치색을 밝힘으로써 오히려 팬층을 확보하며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다양성과 포용성 등의 가치를 강조해 왔던 스타벅스와 같은 빅브랜드와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블랙라이플 커피는 취향이 강하고 직설적인 브랜드다. 이러한 정체성을 모든 콘텐츠와 마케팅에 일관되게 반영하며 보수 성향의 미국인들이 열광하는 커피 브랜드가 되었다.
2025년 발표에 따르면 10만 개를 돌파했던 카페는 8만 개로 축소됐다. 성장을 주도하던 저가 커피숍도 작년부터 매물로 나오기 시작했다. 패션도 식품도 어느 때보다 뾰족한 기획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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