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창] 밸류업, 쌓기는 어렵고 무너지는 건 한순간

발행 2026년 04월 27일

이종석기자 , ljs@apparelnews.co.kr

기자의 창

 

이미지=챗GPT

 

지난해부터 올해 사이 패션 업계에서는 크고 작은 논란들이 이어져 왔다.

 

재고를 신상품으로 둔갑해 판매했다는 논란, 다운/캐시미어 혼용율 사기 논란, 부정경쟁방지법 및 디자인보호법 위반으로 패션 업체 대표가 구속되는 등의 사건이 일어났다.

 

패션 트렌드의 테스팅 베드이자, 글로벌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가는 한국의 위상과는 전혀 걸맞지 않은 행보다. 특히 ESG 경영 중에서 S(Social, 기업이 사회에 대해 책임 있게 행동하는가)와 G(Governance, 기업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되는가)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사건들이다.

 

이러한 일들은 개인의 양심에 달린 문제기도 하지만, 이에 대한 법적 가이드라인도 미흡하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혼용률 사기나 재고의 신상품 둔갑 판매 문제는 당국과 협회, 브랜드 등 패션 업계 이해 관계자들이 모두 모여 대대적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여러 방지책을 세워 재발률을 낮춰야 한다.

 

무신사에서는 자체적으로 혼용률 논란이 생긴 브랜드들의 기간별 판매 금지 페널티를 부과하고 전수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유통사 혼자서 방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예컨대 당국에서는 브랜드 및 프로모션 업체 생산 현장 등을 불시에 점검하는 경우도 생각해 봄 직하다. 그러나 정부·국회·업계에서 이러한 논의들이 크게 다뤄지지 않고 있어 아쉽다.

 

더불어 기업들의 사후 대책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실수나 잘못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고, 그에 대한 대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이미지가 갈린다. 결정을 망설이고 변명을 늘어놓을수록 성숙해진 소비자들의 뭇매는 더 커진다.

 

대응을 가장 잘한 사례로는 무신사가 있다. 2019년 무신사는 인스타그램에 '속건성 책상을 탁 쳤더니 억하고 말라서'라는 문구가 들어간 게시물을 올려 논란을 빚었다. 양말이 빠르게 마른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된 이 문구는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희화화했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민주화 운동 중 벌어진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은 당시 강민창 치안본부장이 이를 은폐하기 위해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라고 발표해 국민들의 분노를 샀었다.

 

논란 직후 무신사는 즉각 해당 게시물을 삭제 후 사과문을 올렸다. 이어 무신사 대표와 사업본부장 3명, 콘텐츠 편집팀장이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을 만나 유족과 사업회 관계자에게 사과했다.

 

이 외에도 전 직원을 대상으로 당시 EBS 소속 최태성 한국사 강사를 초빙해 근현대 민주화 운동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다. 콘텐츠도 2명의 검수자를 거쳐 발행되도록 조치했다.

 

다시 돌아가 보자. 앞서 언급한 지난 2년간의 논란들이 우리의 패션에서 지속되고, 제대로 된 사과와 방지책도 없다면 어떻게 될까. 해외 브랜드에 버금가는 고품질 소재와 봉제를 내세운들 소비자들이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까.

 

현재 한국 패션은 과거와 비교하면 혁명적 발전을 거듭한 상태다. 유럽, 미국, 일본 등 열강들이 과거부터 주도해 온 패션, 문화적 패권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한국 브랜드를 입고 열광하는 해외 유명 아티스트나 MZ세대 소비자는 늘어나고 있다.

 

이 결과물을 쌓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우리 스스로 기준을 더 높이는 계기가 필요하다.

 

이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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