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창] K문화로 확산되는 관광소비…글로벌 장기전략은 있는가

발행 2026년 06월 22일

오경천기자 , okc@apparelnews.co.kr

기자의 창

 

명동 상권 /사진=최종건 기자 cjgphoto@apparelnew.co.kr

 

최근 명동과 성수 등 서울 주요 상권의 거리를 걷다 보면 흥미롭다.

 

명동은 몇 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절반 이상이 공실이었던 상가들은 다시 꽉 채워졌고, 거리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빈다. 패션 매장, 음식점에서는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다. 일부 패션 매장은 외국인 관광객 매출 비중이 90%에 달한다고 한다.

 

성수 상권도 마찬가지다. '여기가 한국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길거리에서는 한국어보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외국어가 더 많이 들린다. 패션, 식음료 등 인기 매장 앞에 줄지어 있는 외국인들을 보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5월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카드 소비 지출액은 2조 1,222억 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2조 원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달 1조 2,702억 원 대비 67.1%나 증가한 수치다.

 

업종별로 보면 백화점 89.2%, 면세점 87.6%, 액세서리 87%, 스포츠 의류·용품 84.5% 등 쇼핑 관련 소비 성장이 압도적이다.

 

기업들도 명동과 성수 상권 진출에 적극적인 움직임이다. 특히 패션 업계에서는 명동과 성수 상권은 더 이상 서울의 대표 상권이 아닌, 글로벌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테스트베드로 인식하며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 패션 산업의 새로운 현실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국내 소비자를 기반으로 성장한 뒤 해외로 직접 진출해 문을 두드리는 것이 일반적 공식이었다면, 이제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 먼저 공략하며 글로벌 시장 전략을 세우고 있다.

 

실제 많은 브랜드가 명동과 성수에서 해외 소비자들의 반응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외 진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어떤 상품이 인기인지, 어떤 콘텐츠가 SNS에서 확산하는지, 어떤 가격대를 선호하는지 등을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는 분명 반가운 변화다. 특히 K-패션의 경쟁력이 해외 소비자들에게 통하고 있다는 사실은 상당히 긍정적인 신호다. 또 장기 침체에 빠졌던 국내 패션 시장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생겼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생각해 볼 문제도 있다.

 

지금의 성과가 단순한 관광 특수에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지속 가능한 글로벌 비즈니스로 이어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명동과 성수에서 제품을 구매한 외국인 관광객이 자국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해당 브랜드를 찾고 구매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지금의 성과는 일회성 소비에 그칠 수밖에 없다.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이 곧 글로벌 고객이 되는 시대다. 이제 패션 기업들은 외국인 관광객 수나 매출 증가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이들을 장기 고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명동과 성수로 몰리는 외국인들은 단순한 관광객이 아닌, 가장 가까운 글로벌 고객이다. 국내 패션 업계에는 세계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더없이 중요한 기회다.

 

오경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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