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창] 중국 자본이 탐내는 동대문, 우리는 왜 그 가치를 잊었나

발행 2026년 08월 05일

정민경기자 , jmk@apparelnews.co.kr

기자의 창

 

동대문 에이피엠 쇼핑몰 전경. 사진=에이피엠

 

올들어 동대문 패션 도매 시장을 둘러싼 중국 자본 유입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발단은 중국 스마트 제조 기업 쿠터스마트(酷特智能)의 움직임이다. 중국 선전증권거래소 상장사인 쿠터스마트는 지난 3월 자회사 아이자국제(투자)발전유한공사를 통해 동대문 최대 의류 도매 플랫폼으로 꼽히는 에이피엠그룹 주요 운영사의 지배지분 인수를 추진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거래 규모는 약 5억 위안(한화 약 1,000억 원)으로 알려졌지만, 최종 계약 성사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그러나 이번 이슈의 핵심은 인수 여부가 아니다. 중국 기업이 지금 시점에서 동대문을 투자 대상으로 판단했다는 사실 자체가 더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잃어가고 있다고 생각한 동대문의 경쟁력을 외부에서는 여전히 높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터스마트는 투자 목적으로 범용인공지능 사업의 해외 거점 확보와 한국 패션 공급망 진입, 한국 패션 브랜드 운영 및 투자 기회 확보 등을 제시했다. 이들이 눈여겨본 것은 개별 도매 상가가 아니라 수십 년간 축적된 생산 네트워크와 패션 데이터, 빠른 상품화 시스템을 갖춘 동대문의 산업 생태계였다.

 

한때 동대문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패션 클러스터였다. 원단 시장과 봉제공장, 도매 상가가 촘촘하게 연결돼 하룻밤새 기획과 생산을 마치고 다음 날 시장에 상품을 내놓는 초고속 공급망을 구축했다.

 

하지만 이런 기반은 점차 흔들리기 시작했다. 가격경쟁이 심화되면서 국내 생산보다 중국산 완제품 유통이 늘었고, 동대문 특유의 디자인 경쟁력과 시장 신뢰도도 함께 약화됐다. 온라인 거래 확산으로 오프라인 방문 수요가 감소한 데다 관리비와 임대료, 인건비 부담까지 커지면서 점포 폐업이 이어졌다. 생산과 유통이 긴밀하게 맞물려 돌아가던 산업 생태계도 활력을 잃어갔다.

 

물론 지금도 경쟁력을 유지하는 기업들은 있다. 에이피엠의 일부 도매 브랜드는 중국과 동남아, 대만 등 해외 바이어를 대상으로 ODM 사업을 확대하며 여전히 시장의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중국이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광저우와 항저우 등 거대한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한국 패션 특유의 디자인 감각과 글로벌 바이어 네트워크, 빠른 상품화 노하우만큼은 쉽게 따라잡기 어려운 자산으로 보고 있다.

 

더욱 아쉬운 점은 이러한 자산이 관광과 문화 콘텐츠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흥인지문에서 동대문, 동묘, 청계천으로 이어지는 일대는 조선시대 성곽과 현대 디자인 공간, 국내 최대 패션 상권이 공존하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도시 공간이다. 산업과 역사, 문화가 한곳에 집적된 만큼 K컬처 시대의 관광 자원으로 충분한 매력을 가진다.

 

광장시장이 먹거리와 전통시장 문화를 앞세워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다면, 동대문은 패션과 디자인, 제조의 역사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발전할 기회가 있었다. 동대문운동장이 사라진 자리에 DDP라는 새로운 공간이 들어섰지만, 정작 수십 년간 축적된 산업의 기억과 현장성은 지워지고 말았다.

 

세계적인 패션 도시는 쇼핑 시설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파리의 마레지구와 도쿄의 하라주쿠는 산업과 문화, 도시의 시간이 겹겹이 쌓이면서 세계적인 브랜드가 됐다. 동대문 역시 과거의 산업 유산을 미래의 도시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이를 위해서는 동대문을 국가적 산업 자산으로 바라봐야 한다. 지금처럼 방치된다면 해외 자본이 활용하는 공급망 거점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 개성공단이 정부 주도의 산업 클러스터로 육성됐던 것처럼, 동대문 역시 한국 패션산업의 전략 거점으로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동대문의 가능성을 가장 높게 평가하는 것은 중국이다. 우리는 이미 익숙해져 그 가치를 잊고 있지만, 해외는 여전히 그 잠재력을 읽고 있다. 누군가는 미래 자산으로 보고 투자하는데, 우리는 과거의 상권으로만 바라본다면 동대문은 우리의 산업 유산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성장 자산이 될지도 모른다.

 

정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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