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창] AI는 계산하고, 사람은 선택한다

발행 2026년 08월 24일

이종석기자 , ljs@apparelnews.co.kr

기자의 창

 

AI 생성 이미지

 

지난달 세계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PwC가 AI로 작성한 보고서에서 오류가 잇따라 발견되며 망신살이 뻗쳤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해당 보고서를 GPT제로로 분석한 결과 검증할 수 없는 정보가 다수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최근 챗GPT 이용자는 10억 명을 넘어섰다. 세계 인구 8명 중 1명이 챗GPT를 사용한다.

 

거대 기업부터 개인까지 AI 활용은 이제 보편화됐다. 궁금한 게 생기면 생성형 AI로 검색한다. 휴대폰이 없는 삶을 상상하기 어렵듯, 곧 AI가 그렇게 될 것이다.

 

직접 체감하는 변화도 있다. AI는 내가 속한 언론 업계뿐 아니라 관련 산업 전반에 적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받아보는 보도자료의 오탈자는 줄었고 맞춤법은 틀리는 경우가 드물다. 글은 한층 정교해졌다. SNS 콘텐츠를 선보일 때도 마찬가지다. 아마 AI를 사용할 것이다.

 

패션·유통업계를 취재하다 보면 AI 활용에 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기사 작성과 취재 과정에 AI를 얼마나 활용하느냐"는 물음이다. 단순 속보나 SNS 가십성 기사를 쓰는 곳들이라면 유용하다. 이미 공개된 정보를 빠르게 수집하고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재 영역은 다르다. AI는 펜과 노트북처럼 효율을 높이는 도구다. 가장 큰 경쟁력인 나만의 정보, 1차 소스는 직접 현장을 뛰고 사람을 만나야 얻는다. 인간과 소통하는 데 전혀 어색함이 없는 수준의 AI 로봇이 나오지 않는 이상, 오히려 이러한 현장 취재와 인적 네트워크가 갖는 가치는 높아질 것이다.

 

패션업계는 어떨까. 대표적으로 삼성물산 패션부문, F&F, 아이아이컴바인드(젠틀몬스터)는 센트릭소프트웨어의 AI 기능이 강화된 PLM(제품 수명주기관리) 솔루션을 도입해 기획·소싱·판매 전 과정을 디지털로 전환 중이다.

 

이 과정에서 물류와 기획 등 데이터 및 자동화가 상대적으로 쉬운 영역은 효율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자연스럽게 인력 축소 등의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반면 유통 바이어, 판매 사원을 직접 만나고 관계를 형성해야 하는 영업 부서는 가장 마지막으로 대규모 조직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문제는 'AI가 100% 트렌드를 예측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다. 그렇다면 모든 기업이 성공하는 유토피아가 될 것이다. 그러나 가까운 미래에 그렇게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트렌드뿐 아니라 미래를 예측하는 일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데이터를 확보해도 날씨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고, 주식 역시 과거와 현재의 데이터를 아무리 정교하게 분석해도 미래의 가격을 100% 맞힐 수 없다. 

 

결국 데이터를 보고 무엇을 선택할지 결정하는 결정권자의 감각이야말로 진짜 경쟁력이 될지도 모른다.

 

사실상 패션업계는 이제 막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최종 결정은 다시 감도에 의존할 가능성이 있다. AI가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가장 가능성 높은 디자인을 제시한다 한들, 그 디자인이 반드시 시장에서 잘 팔린다는 보장은 없다. 

 

현재 AI는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현재의 AI 인프라 투자를 1800년대 철도 건설, 1930년대 뉴딜 정책, 1940년대 맨해튼 프로젝트에 비교했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AI가 산업혁명의 10배 규모를 10배 빠른 속도로 끌어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피지컬 AI의 잠재 시장은 60조 달러 규모로 평가된다. 세계 GDP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짐 밴더하이 악시오스(미국 유명 뉴스 미디어) 창업자는 '사후 처리 가능 속도(post-processable velocity)'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지난 20년간은 정보의 속도가 인간의 이해를 앞질렀다면, 지금은 AI의 역량이 인간의 사고를 앞지르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어차피 미래를 완벽히 예측하기 불가능하고 전략에도 한계가 있다면, 늦게라도 변화를 따라가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패션업계도 AI를 피할 수 없기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동시에 인간이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도 찾아야 한다. 사람과 같은 수준의 강인공지능이 등장하기 전까지, 수치화하기 어려운 감도의 영역에서는 여전히 인간의 판단이 중요하다.

 

AI가 잘하는 영역은 빠르게 받아들이고,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인간의 감각과 판단력은 더 키워낼 것. 이것이 패션업계가 AI 시대에 적응하는 방법일지 모른다.

 

이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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