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창식의 '다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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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 버스 /사진=위키미디어 공용 |
최근 마주하는 경제 지표와 뉴스는 마치 한겨울의 거친 바다를 보는 듯하다. 저성장과 고물가, 급변하는 기술의 속도 앞에서 많은 이들이 지레 겁을 먹고 발을 빼거나, 혹은 안전해 보이는 방파제 뒤로 숨어버리곤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존재하지도 않는 완벽한 안정만을 추구하며 조직의 그늘에 숨어 있는 것이야말로, 급변하는 시대에 가장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세계적인 서핑의 성지인 하와이 노스쇼어(North Shore)의 서퍼들은 거대한 파도가 몰고 온 두려운 바다를 보면 도망치지 않는다. 오히려 눈을 반짝이며 바다로 뛰어든다. 그들에게 파도는 자신을 집어삼킬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짜릿한 질주를 선사할 '가장 완벽한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서핑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파도가 무서워 보드 위에서 어정쩡하게 엎드려 있을 때다. 밀려오는 파도의 타이밍에 맞춰 과감하게 보드 위로 일어서서 파도의 결을 올라타야만 중심을 잡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닥친 위기와 변화도 마찬가지다. 두려움에 웅크려 피하기만 한다면 거센 파도에 휩쓸려 갈 뿐이지만, 과감히 마주하고 올라탄다면 그 누구보다 빠르게 전진할 수 있는 강력한 원동력이 된다.
런던의 상징물이었던 구형 2층 버스를 50년 만에 새로 디자인해야 하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영국의 디자이너 토마스 헤더윅에게 주어졌을 때, 그를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설렘이 아닌 숨 막히는 '제약'과 '두려움'이었다.
승객의 안전 규정은 틈 없이 빽빽했고, 런던의 좁고 오래된 골목길은 대형 버스의 진입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으며, 시대가 요구하는 엄격한 연비와 친환경 기준은 디자이너의 상상력을 옥죄는 사슬처럼 느껴졌다. 50년간 쌓아온 전통의 무게 앞에서, 아주 작은 실수만으로도 역사적 비난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는 위기의 순간이었다.
그때 헤더윅이 선택한 것은 거창한 정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기존의 성공 방정식이 완전히 통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내면에서 솟구치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했다. 그에게 두려움은 한계를 넘어서게 하는 촉매제였으며, 그 결과는 실로 경이로웠다.
그는 거대한 버스가 도심에 줄 수 있는 시각적 압박감을 줄이기 위해 모서리를 극단적일 만큼 부드러운 곡선으로 깎아냈다. 좁은 길에서 승객들이 겪을 정체를 해소하고자 버스에 무려 세 개의 문과 두 개의 계단을 배치하는 파격을 선보이며 승하차 효율을 극대화했다. 무엇보다 감동적인 혁신은 창문에 있었다. 버스의 외관을 과감하게 가로지르는 비대칭형의 길고 유연한 유리창 디자인을 도입한 것이다.
이 창문 덕분에 승객들은 계단을 내려오는 평범한 이동의 순간마저도, 런던의 아름다운 길거리 풍경을 파노라마처럼 감상하는 깊은 감성적 여정으로 선물 받게 되었다. 제약이라는 위기가 디자이너의 창조적 두려움을 통과하자, 도시 전체를 따뜻하게 위로하는 움직이는 예술품으로 탈바꿈한 순간이었다.
우리는 항상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며 끊임없이 핑곗거리를 찾고 있지는 않은가. 기억해야 한다. 파도가 서서히 잔잔해지기만을 기다리는 서퍼는 평생 해변에만 머무를 뿐이다.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보드 위로 당당히 일어서서 새로운 길을 열어젖힐 가장 위대한 기회다.
바다는 이미 준비되어 있다. 웅크려 멈추기보다 두려움 위에 당당히 일어서는 것, 그것이 바로 거친 파도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내는 리더의 진짜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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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창식 대구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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