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창식] AI는 넘치는데, 왜 우리 브랜드는 평범한가

발행 2026년 08월 04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장창식의 '다른 시선'

 

AI 생성 이미지

 

요즘 컴퓨터를 켜면 끝없이 펼쳐진 인공지능의 초원과 마주하게 된다. 그림을 그리는 AI, 영상을 만드는 AI, 음악을 작곡하는 AI, 회의 내용을 정리하고 광고 카피까지 써주는 AI가 저마다 자신이 세상을 바꿀 주인공이라며 화려한 간판을 내건다. 어제 가입한 플랫폼의 사용법을 겨우 익혔는데, 오늘은 더 빠르고 똑똑하다는 새로운 AI가 등장한다. 이쯤 되면 기업과 마케터의 고민은 "AI를 사용할 것인가"가 아니다. "도대체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가 더 큰 문제가 되었다.

 

세스 고딘은 그의 저서 『보랏빛 소가 온다』에서 시골길을 달리며 만나는 흔하고 평범한 '갈색 소'들은 금세 지루해지지만, 그 가운데 단 한 마리의 '보랏빛 소'가 나타난다면 누구나 차를 세우고 눈을 떼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리마커블(Remarkable)은 단순히 이상하거나 화려하다는 뜻이 아니다. 사람들이 기꺼이 이야기할 만큼 주목할 가치가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거의 모든 AI가 자신을 보랏빛 소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AI를 쓴다'는 사실만으로는 더 이상 특별한 비장의 무기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최신 기능과 놀라운 데모 영상만 보고 도구를 선택하는 기업의 디지털 목장에는 정작 일하지 않는 보랏빛 소들만 가득하다. 구독료는 매달 빠져나가지만 브랜드는 달라지지 않고, 콘텐츠 생산량은 늘었지만 소비자의 기억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결국 AI를 많이 사용하는 기업이 혁신적인 것이 아니다. 자신에게 필요한 AI가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기업이 진정으로 혁신적인 기업이다.

 

세계적인 소스 브랜드 하인즈(Heinz)의 'AI 케첩' 캠페인은 이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하인즈는 생성형 이미지 AI에 단순히 '케첩'이라는 단어만 입력해도 하인즈 특유의 병 모양과 로고를 닮은 이미지가 생성되는 현상에 주목했다. 그리고 최신 기술을 과시하는 대신 "AI조차 케첩하면 하인즈를 떠올린다"는 브랜드의 독보적인 위상을 재치 있게 증명해 냈다. 이 캠페인이 특별했던 이유는 최신 AI를 사용했기 때문이 아니다. 하인즈가 오랜 시간 쌓아온 강력한 브랜드 자산을 AI라는 새로운 거울에 비추었기 때문이다. 하인즈에게 진정한 보랏빛 소는 생성형 AI가 아니었다. '케첩은 곧 하인즈'라는 소비자의 기억이야말로 그들이 지닌 보랏빛 소였다.

 

반면 글로벌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Klarna)는 AI 어시스턴트를 도입해 고객 문의 처리 시간을 11분에서 2분으로 단축하면서도 브랜드 특유의 친근한 톤 앤 매너를 유지해 고객 경험을 향상시켰다. 중요한 것은 AI를 얼마나 빨리 도입했느냐가 아니다. AI를 통해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어떤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했느냐이다.

 

이들 브랜드는 "어떤 최신 AI 툴을 사용할 것인가?"라는 수단에 집착하지 않았다. 대신 "우리 브랜드가 가진 고유한 가치(Core Value)를 AI라는 렌즈를 통해 어떻게 극대화할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집중했다. 기술에 끌려다니는 기업은 평범한 갈색 AI를 만들어낼 뿐이지만, 브랜드의 철학을 기술에 담아내는 기업은 독창적인 보랏빛 AI를 탄생시킨다.

 

지금 수많은 기업과 마케터가 날마다 쏟아지는 새로운 플랫폼을 모두 따라잡아야 한다는 조급함과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지혜로운 선택은 '더 많은 툴을 아는 것'이 아니라 '우리 브랜드에 정말 필요한 단 하나의 경험에 집중하는 것'이다. AI는 우리를 대신해 보랏빛 소를 만들어주지 않는다. 우리가 가진 생각과 철학을 더 빠르고 더 크게 세상에 보여줄 뿐이다.

 

사람들은 어떤 AI를 사용했는지는 곧 잊어버린다. 하지만 그 기술을 통해 자신을 웃게 하고, 놀라게 하고, 마음을 움직인 브랜드는 오래 기억한다. 고객이 기대하는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다. 그 기술을 통해 브랜드의 진정한 가치를 전하는 리마커블한 이야기다.

 

장창식 대구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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