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준의 '스타트업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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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챗GPT |
사무실 출퇴근을 주로 자차로 하다, 대중교통(지하철)이 용이한 여의도로 회사를 이전하면서, 자차와 대중교통 출퇴근이 비슷하거나 더 많아진 지가 이제 10개월에 접어 들었다.
여의도의 지하철은 악명이 높은데, 금융회사들이 몰려있는 특성상 특정 출근 시간대(8시 정각 또는 9시 정각)에 집중적으로 직장인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나 역시 8시 출근을 고수하고 있기에, 오전 8시 여의도역의 길고 긴 개찰구부터 외부통로까지 사람들이 만든 줄을 목격하곤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미있는 현상을 반복적으로 관찰하게 되었다. 소위 ‘스몸비’족이 그것이다. 익히 잘 알려진 것처럼 스몸비족은 스마트폰을 보며 길을 걷는 사람을 가리키는 신조어로, 스마트폰(Smartphone)과 좀비(Zombie)의 합성어인 스몸비(Smombie)에서 유래한 단어다.
특히 출근 시간대 지하철역 개찰구부터 길고 긴 지하철 통로를 지나 지상을 거쳐 사무실에 골인하기 전까지, 십중팔구의 직장인들은 스몸비족이다. 정신 차려보면 나 자신도 가끔 그런 상태(?)여서 이젠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을 때도 많다.
종종 아침 출근길에 커피숍에 들러 커피 한잔을 들고 사무실에 가는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한 손은 가방 등 짐을 들고, 다른 한 손은 커피를 들고 가기에, 스몸비족의 일원에서 한걸음 떨어져 그들을 바로 옆에서 관찰할 수 있다. 그러다 이내 보다 빨리 가기 위해 그들을 피해 가는 보행(에만 집중하는 출근)인이 되어 버린다.
이 시점에서 스몸비족을 관찰하면 참 많은 생각이 든다. 일단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스마트폰을 보면서, 열심히 출근 중인, 하지만 구불구불거리는 동선으로 걷고 있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 중에서 지금 당장의 출근보다 더 중요한, 지금 당장 확인해야 할만큼 중요한 정보를 보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는 의문이다.
두번째는 스마트폰의 잉여 혹은 과잉 정보가 오히려 그 사람의 출근길을 방해하고 소요 시간을 늘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마지막은 지금 열심히 달리고 있는 수많은 창업자들 중 일부도 자세히 보면, 가야 할 길에 집중해서 빠르게 최단 거리로 걷고 있는 보행자가 아니라, 눈앞의 불필요한 정보에 현혹되어 정작 자신의 앞길을 보지 못하고 휘청거리는 스몸비족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다.
다른 일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창업을 한 사람들에게 단순화와 집중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내가 투자한 회사의 창업자들중에서도 지금 중요한 한가지 목푝에 오롯이 집중하고 있는 창업자들은 소수다. 아니 어쩌면 극소수일지 모른다. 그만큼 여러가지가 창업자들의 시선을 현혹한다. 출근길을 늦추게 하는 스마트폰의 잉여 정보는 확인 안 하면 조금 불안한 정도의 수준일지 모르지만, 그것으로 인해 때로는 신호등이나 건널목에서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위험이기도 하다.
스몸비족이 정말로 무서운 것은, 본인은 제대로 가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방향은 맞으니 그렇게 걷다 보면 사무실에 도착할 거라고 무의식적으로 믿고 있지만, 자신의 발이 딛는 곳이 가끔은 앞사람의 뒤꿈치가 될 수도 있고, 인도의 보도턱이 될 수도 있고, 그러다 아름드리 나무의 쳐진 나뭇가지에 머리를 부딪힐 수도 있다.
이러한 것들이 모두 비효율이고 겪지 않아도 되는 시련이다.
창업자라면 지금 집중해야 하는 하나의 목표, 그 하나에만 집중하자. 경영에서도 출근길에서도 스몸비족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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