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준의 '스타트업의 세계'
 |
| 이미지=챗GPT |
재미있게 본 드라마 중에 2001년 방영된 '상도(商道)'라는 드라마가 있다. 극 중 주인공의 스승이 남긴 "장사는 돈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라는 대사는 지금까지도 생각이 난다.
'상도'란 단어의 의미를 풀어서 생각해 보면 '상인(商人)의 도'이다. 상인이란 '商行爲를 하는 사람'이기에, 이는 곧 '거래 쌍방 간 참여자들(상인들)이 지켜야 할 도'라고 풀어 쓸 수 있겠다.
이보다 우리 주변에서 대중적으로 더 많이 사용되는 '상도의(商道義)'라는 단어도 있다. 일반인들도 가끔 상도의라는 단어를 쓰곤 하는데, 이 단어가 일반인 즉 사용자나 소비자에게 사용될 때에는 보통 '상인의 도리'라는 뜻으로 많이 쓰이곤 한다. 하지만 반대로 사용자나 소비자의 도리에 대해 지칭하는 딱 떨어지는 한 단어는 찾아보기 어렵다.
내가 오늘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것은 '투자의 도'에 관한 이야기다. '상도'에서처럼 '投資의 도' 역시 양방향에서 이루어지는 행위에 대한 것이기에 '투자를 하는 사람으로서의 도'와 '투자를 받는 자로서의 도'가 있을 것이다. 이 중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투자를 받는 자'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2013년 첫 엔젤 투자를 미미박스(Memebox)로 시작해 2020년 '엔젤 투자 활성화' 공로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포상을 받을 만큼 엔젤 투자를 활발히 실행해 왔다. 지금은 창업 기획과 벤처투자회사를 겸영하면서 모든 투자 건에 대해 개인이 아닌 조합을 만들어 투자하고 있다. 이 모든 투자 건을 합하면 30여 건을 상회하는데, 아마도 가장 많은 엔젤 투자를 경험해 본 사람 중 한 명이 아닐까 싶다.
엔젤 투자 역시 소수의 성공과 다수의 실패를 겪게 되는데, 오늘 말하고 싶은 경험은 손실 거래가 아닌, '책임'에 관한 것에 가깝다.
대략 10년 전쯤 나는 스타트업 C社에 엔젤 투자를 했다. 씨드(Seed) 라운드에 투자하는 케이스였고, 그러다보니 VC 투자 계약에 비해 엄격함이 덜한 계약이었다.
대상 스타트업의 창업자는 3명이었고, 공동대표로 되어 있었는데 과거 인연도 깊고 각자의 역할도 상호보완적이라는 판단이 투자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런데 투자를 진행한 2~3년 뒤 3명 중 한 명의 창업자가 업무에서 빠지고 해외로 나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뚜렷한 사유를 직접 설명하지도 않았고, 전언 형식으로 전해 들은 것이 전부였지만, 투자 당시 체결한 계약서가 공동창업자들의 퇴사에 강한 억지력을 걸어 둔 것이 아니었기에 공식적인 통보나 동의 여부를 묻지 않고 그만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후로 다시 1~2년이 지난 시점에 남아있던 2명 중 다른 1명이 또다시 메일로 퇴사를 통보해 왔다. 이게 뭔가 싶어 따졌더니 계약서 위반 사항도 아니고, 주주들에게는 동의를 받았다며 오히려 나를 속 좁은 사람인 양 탓하는 대답을 들어야 했다.
그러한 일이 있고 나서 또 2~3년 정도가 지나, 나에게 벌어진 일은 아니지만 유명벤처투자사가 그 투자사의 설립자 이탈로 인해, 출자자들 및 투자사의 주주들과 노이즈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업계에서 듣게 됐다.
당사자가 아닌 내 입장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무리이지만, 그 일이 벤처투자업에 미친 영향을 보자면, 굳이 나에게도 좋은 영향보다는 부정적 영향이 더 컸던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때도 핵심 사항은 계약위반은 아니었다. 그 이탈이 계약위반이었다면 아예 이슈화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출자자들과 주주들에 대한 '도의(道義)'의 문제 아니었을까.
상도의처럼 투자에도 도의라는 것이 있다. 투자를 하는 사람으로서의 도의도 너무 중요하지만, 요즘 부쩍 투자를 받는 사람으로서의 마땅한 도의는 생각하지 않고, 계약서와 법만 따지는 헛똑똑이들이 많아진 것 같다.
투자를 받은 이는 최선을 다해, 아니 사력을 다해 그 회사의 생존과 성공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러다 그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면, 계약서에 그러한 조항이 없더라도, 자신을 위해 기꺼이 소중한 투자금과 출자금을 넣어준 투자자들에게 성의를 다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게 도리인 것이다.
왜 그 당연한 것을 단지 계약서 조항이 없다는 핑계로 안 하고 넘어가려는 것일까.
장사는 돈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라는데, 손해는 피하고 사람은 존중하지 않는 사업이 잘 될 리는 만무해 보인다.
< 저작권자 ⓒ 어패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